[월드리포트] 한미일 "환율 우려"…공조 효과 실체는

남승모 기자 2024. 4. 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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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17일 한미일 재무장관들이 미국에서 첫 3자 회의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한미일 정상회의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3국 간 경제와 금융 분야 협력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3국 재무장관은 공동선언문을 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금융시장 촉진을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을 겨냥해 경제적 강압과 과잉 생산 같은 반시장적 관행을 극복하기 위한 공조도 강조했습니다. 이밖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북한 무기 개발에 대한 독자적 제재 수단 활용과 조율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미, 환율에 이례적 '우려' 표현


여러 사항이 공동선언문에 담겼지만 가장 눈길을 끈 건 3국 간 '환율 우려' 공유였습니다. 3국 재무장관은 "기존 G20의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과 중동 불안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 등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대로, 엔/달러 환율은 34년 만에 154엔대로 진입한 걸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미국의 경우 '환율은 시장이 결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통상 정부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날 공동선언문에 한국과 일본의 환율 우려를 인지하였다고 적시한 건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시장에서 3국 공동의 '구두 개입'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이어 또 하락했는데 공동선언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적어도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두 동맹국의 경제 상황에 최대한 성의를 보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3국 재무장관회의에서 환율 안정을 위한 실행 방안이 논의 됐을까요? 우리 입장에서야 구체적 방안까지 논의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앞서 미국은 시장 개입에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국의 시각이고 우리가 미국을 통해 끌어낼 수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통상 환율 위기 때마다 거론되는 방안은 크게 2가지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통화 스와프', 그다음이 '피마 레포'입니다.

'통화 스와프'·'피마 레포'는 무엇?


먼저 통화 스와프는 사전에 약속된 환율로 두 통화를 맞교환하는 제도입니다. 통화 스와프가 체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외환 시장에는 상당한 신호가 됩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과 2020년 미국과 일시적 통화 스와프를 맺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유동성 공급 목적이 아닌 특정 국가의 환율 안정 등을 위해서 통화 스와프를 맺지는 않습니다. 앞선 2차례 통화 스와프 역시 달러화 수급 부족 해소 차원에서 한국 등 몇몇 나라와 동시에 맺은 것이었습니다.

환율이 요동칠 때마다 통화 스와프를 하자고 할 게 아니라 아예 상시 통화 스와프를 맺어 놓으면 실제 실행 여부에 관계없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긴축 정책으로 달러화 강세를 보였던 2022년 실제로 이런 이야기가 공론화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캐나다, 영국, 일본, EU, 스위스의 중앙은행과 (상시적) 유동성 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시 스와프 국가는 모두 준(準)기축통화국으로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입니다.

다음으로 '피마 레포' (FIMA Repo)입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의 국채를 환매 조건부로 매입해 달러를 빌려주는 제도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12월 미 연준과 600억 달러 규모의 피마 레포 도입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미 합의가 된 상태인 만큼 통화 스와프와 달리 우리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실행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통화 스와프와 피마 레포는 모두 달러를 추가 확보하는 수단으로, 달러 부족으로 인한 환율 급등 시에는 도움이 됩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이런 장치가 있었다면 당시 같은 사실상의 국가 부도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환율 급등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우리나라에 달러가 부족해서, 즉 외환 보유고가 낮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물가 상승 둔화가 주춤하면서 고금리가 지속되고 중동 정세 불안으로 안전 자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생겨난 현상입니다.

따라서 통화 스와프나 피마 레포는 그 나라의 유동성 보장 차원에서 없는 것보다는 갖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 상황에 맞는 해결책은 아닙니다. 미국과 피마 레포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나 상시 통화 스와프를 맺고 있는 일본이 현재 고환율에 시달리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미국이 성의 보인다면?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3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공동선언문에 언급된 것 외에 환율 대응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여러 방안들의 후속 조치를 위해 실무급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환율 문제는 크게 대상이 되지 않을 거란 전망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고환율은 유동성 수급 차원이 아닌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원인인 데다 미국이 시장에 개입하는 걸 꺼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공동선언문 정도의 구도 개입이 끝일까요? 미국이 성의를 더 보인다면 미 재무부가 해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발표하는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 통칭 환율보고서에 한국이나 일본의 통화 가치가 기초 여건과 괴리돼 있다, 즉 저평가 돼 있다고 언급해주는 정도는 가능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입니다.

세계적 물가 상승과 고금리, 지정학적 불안이 맞물려 벌어진 일이다 보니 이번 환율 급등은 우리나라 혼자 힘으로 풀어 나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나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한 것처럼 필요할 경우 환율 시장에 개입할 '재원과 수단'을 우리 정부가 갖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국제 협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미일 재무장관회의에 대해서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냉철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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