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돌아온 '무조건 이기는' 마동석…'범죄도시4' 볼까 말까 [스프]

2024. 4. 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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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즐레] "이만한 오락 영화 없지" vs. "박수칠 때 떠나야"


(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범죄도시' 시리즈는 영화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다. 매년 한 편씩 개봉하는 이 시리즈는 나왔다 하면 천만을 기대하는 '메가 히트작'일 뿐만 아니라 경쟁작들이 개봉을 피해가는 '생태계 포식자'로서의 위용까지 떨치고 있다.

2017년 혜성처럼 등장한 1편은 6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2편 1,269만 명, 3편 1,068만 명을 모아 '신과 함께' 이후 두 번째로 시리즈 쌍천만 흥행 신화를 만들어냈다. '범죄도시'의 쌍천만 스코어는 영화 보기의 패러다임이 극장에서 OTT로 넘어간 코로나19 시대에 이뤄낸 결과였다.

'범죄도시'를 보는 관객이 내 삶에 다시 없을 '인생 영화'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 원하는 건 명확하다. 화끈한 액션과 허를 찌르는 유머 그리고 통쾌한 범죄 소탕이다. 언제 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는 면에서 '범죄도시' 시리즈는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해 왔다.

오는 24일 '범죄도시'가 네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다.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범죄도시' 시리즈는 관객에겐 '믿고 보는 오락 영화'다. 그러나 이제는 진부함과 식상함을 극복해야 한다.

아는 맛이라고? 1편의 개성이 그립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경찰들이 수사한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영화를 만들어 왔다. 뼈대가 되는 하나의 사건에 비슷한 유형의 여러 사건을 버무려 '범죄도시'만의 픽션을 탄생시켰다. 1편은 차이나타운 조선족 범죄 사건, 2편은 필리핀 한인 관광객 납치 살인 사건, 3편은 일본 야쿠자의 한국 내 마약 밀반입 사건을 그렸다.

4편은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사건을 다룬다. 필리핀 시내에서 한국인 앱 개발자가 잔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시신은 국내로 인계되고 마석도(마동석)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쳐 달라는 피해자 모친의 부탁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다. 이 살인 사건의 이면에는 한국에서 해외까지 망을 넓힌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이 있다. 사건을 수사하던 마석도와 형사들은 이 조직을 움직이는 몸통이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행동 대장 '백창기'(김무열)와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임을 알게 되고 사이버수사대, 필리핀 경찰과 공조해 본격적인 추적을 시작한다.

우선 지루하지 않다는 건 오락 영화로서 가장 큰 장점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독보적 캐릭터인 '핵주먹' 마석도는 건재하고, 1편과 2편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장이수(박지환)가 돌아와 활약한다. 마동석의 강력한 복싱 액션과 끊임없이 시도되는 유머, 단순하지만 속도감 있게 풀어내는 전개까지 시리즈의 특징을 그대로 계승했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실망스러웠던 3편에 이어 나온 4편이었기에 기대치가 높다. 그러나 4편 역시 3편에서 보여줬던 시리즈의 답습과 반복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두 편 연속 아쉬운 결과물을 접하면서 1편에서 느꼈던 개성을 그리워할 관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1편은 범죄 느와르에 가까운 영화였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진 조선족의 잔혹 범죄와 조직 간 알력 다툼, 그리고 이 조직을 소탕하는 형사들의 일망타진 작전은 범죄 르포 같은 리얼리티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단순히 유혈이 낭자해서 공포감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반영한 범죄 묘사로 현실 공포를 조장하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물론 1편의 성공은 마동석의 독보적 캐릭터가 절대적이었지만 매력적인 빌런 장첸(윤계상)과 개성 넘치는 조연들의 앙상블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이었다.


2편은 압도적이었던 1편에 못 미치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속편이었다. 액션의 비중과 강도를 높였으며, 라이징 스타 손석구가 만들어낸 잔혹한 악역으로 마동석과 균형의 추를 맞춘 전략도 주요했다.

그러나 3편부터는 이야기의 무게감과 밀도가 확 떨어졌다. 영화 초반 충격적인 사건을 등장시켜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사건의 전개와 위기를 해결하는 방식을 단순화해 수사물로서의 현실감은 물론 재미와 박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무겁고 진중한 느낌을 확 빼 범죄 느와르에서 범죄 코미디로 방향을 선회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4편 역시 3편과 완성도와 재미를 비교한다면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3편을 재밌게 본 관객이라면 4편 역시 즐길 수 있지만, 3편에서 이미 식상함과 진부함을 느꼈던 관객이라면 4편 역시 불만스러울 수 있다.

무조건 이기는 마동석 vs. 질 예정인 빌런…'범죄도시'의 한계

'범죄도시' 시리즈는 맛있는 자극으로 점철된 영화다. 마석도의 핵펀치가 유발하는 아드레날린, 강력한 악역이 주는 도파민 자극, 선이 악을 이기는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로 귀결된다.

단순하고 무식하지만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형사의 본분에 충실한 마석도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민중의 지팡이'의 표본과 같은 사람이다. 어떤 극악무도한 악당이 나타나도 마 형사의 빅펀치 한 방이면 나가떨어지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가장 한국적인 히어로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무조건 이기는 마 형사와 어쨌든 질 예정인 빌런의 대결 구도는 이제 좀 식상해진 것이 사실이다. 마동석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 악역의 위용을 낮출 수밖에 없는 건 '범죄도시'의 한계다. 오죽하면 4편 기자간담회에서 '마석도의 빌런화'를 제안하는 질문이 나왔을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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