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윤 대통령의 사라진 매력
(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4·10 총선에서 민주당의 대승은 '윤석열 정권심판론'이 다른 요인들을 압도해 거저 먹은 부분이 있다. 하자 많은 이재명 대표한테 정권심판론의 빌미를 준 윤 대통령의 문제가 작지 않다. 검사 시절 그의 가장 큰 매력은 공정과 상식이었는데 대통령이 된 후엔 공정 측면에서 아내 문제에 지나치게 관대한 약점이 노출됐다. 지지자들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상식의 측면에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검사 시절의 시원시원한 언행이 대통령이 된 후엔 '나에게는 충성하라'는 식으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 듯한 국민의힘 대표 및 중진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갔다. 한마디로 윤석열의 매력이 대통령이 된 후에 사라져버렸다.
아내에 관대…"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디로 갔나
이로 인해 2022년 대선 때 0.73%포인트 차로 윤 대통령에게 아슬아슬한 승리를 안겨줬던 24만 표는 안개처럼 증발했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표 차는 157만 표나 됐다. 4년 전 총선 때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의 격차 243만 표보다 줄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2년 만에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마음을 바꾼 사람들은 상당수가 윤 대통령의 내로남불 태도에 실망하거나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선거 지휘자였던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쫓아내다시피 한 김기현 전 대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필자의 취재에 따르면 당의 귀한 자산인 여의도연구원이 실행, 취합한 지역구 여론조사 내용이 전투 현장의 개별 후보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이 수많은 돈을 들여 조사한 결과를 해당 지역구 후보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에 없던 일이다. 여의도연구원이 금싸라기 같은 고급 정보를 사장시킨 이유는 뭘까. 한동훈 위원장이 아마추어 정치인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본능적인 정보 독점욕이 작용했던 건 아닐까. 즉, 검사 출신들 특유의 비밀주의나 정보 비대칭 상황을 조성해 상대방을 통제하던 습관 탓에 빚어진 사태는 아닐까. 원인이야 어떻든 '한동훈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집권 세력이 2016년 총선 때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간 정면충돌, 와해 사태로 치닫진 않았으나 윤석열과 한동훈이라는 두 개의 머리로 한 몸통을 끌고 가는 괴물 같은 모습이었던 건 틀림없다. "두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집권 세력은 지도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선거 패배 후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의 좌절감이 크다. 이 부분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정교하고 지혜로운 정치적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대통령은 예상치 못한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
"선거는 정직하고 고개를 들면 죽는다"
문제의 근원은 밝히 드러났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 당시 국민에게 발산했던 공정과 상식의 매력을 회복해야 한다. 선거와 골프와 요리의 공통점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정직하다는 것이고 둘은 고개를 들면 죽는다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우연이나 공짜가 안 통한다는 점, 잠시라도 교만하면 망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런 쓴소리들을 여러 번 곱씹어 자기 것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대통령이 안정감이 있어 국민이 편안하고, 대통령이 잘돼 나라가 잘되는 것은 여야를 떠나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한국 정치는 국민의 다이내믹한 성격을 반영해 롤러코스터 타듯 부침이 심한 편이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에서 어떤 반전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겉으로 나타나는 일에 일희일비할 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정직하게 상황을 보고 살얼음판 걷듯 신중하게 정치를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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