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에반 핸슨' 박강현 "발표 두려워하던 과거 떠올리며 연기"

최주성 2024. 4. 1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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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 앓는 고등학생 에반 역…"누군가에게 손 내민적 있었나 반성했죠"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박강현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중학교 때만 해도 성격이 내성적이고, 남들 앞에 나서기가 두려워 발표시간이 다가오면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에반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 행동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지난 달 개막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주인공 에반 핸슨은 사회불안장애를 앓는 고등학생이다. 자신감이 없어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있고, 낯선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두려워 음식을 배달시키지 못하고 끼니를 거른다.

누군가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일 수 있으나 에반을 연기한 배우 박강현은 사람들을 만나 두려움에 떠는 에반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 서는 배우가 되기 위해 공포를 이겨낸 경험이 있어서다.

지난 17일 공연장인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박강현은 "내면 깊은 곳에 에반과 같은 모습이 남아있어서 캐릭터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며 "다만 과거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보니 혹시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에반의 위축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몸을 쓰는 과정이 심리를 표현하는 과정보다 더 까다로웠다. 목소리 톤을 평소보다 높이고 다리를 모은 불편한 자세로 서 있는 시간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태다.

박강현은 "공연을 한 번 마칠 때마다 몸이 뭉치고 뻐근하다"며 "에반을 연기하는 배우 세 사람 모두 경추 베개를 사서 쓰기도 하고 적응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공연사진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디어 에반 핸슨'은 에반이 심리 치료의 일종으로 자신에게 쓴 편지가 동급생 코너의 유서로 오해받으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오해로 인해 학생들의 관심을 받게 된 에반은 자신과 코너가 친구였다는 말을 지어내고, 코너를 위한 추도식을 여는 등 거짓말을 키워나간다.

진실을 밝히기 두렵다는 이유로 새로운 거짓을 만들어내는 행동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박강현 또한 진실을 밝히길 두려워하는 에반의 선택을 완벽히 납득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에반도 성격상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었기 때문에 일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박강현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강현은 관객들이 그런 에반을 이해할 수 있는 까닭이 작품 속 노래에 있다고 말한다. 매일 출근하며 작품의 넘버를 감상한다는 그는 인물의 진정성을 담아내기 위해 무대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에반이 진실을 털어놓는 대목에서 부르는 노래가 무척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곡"이라며 "그 곡에서 에반의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으면 관객이 느끼는 바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음속 깊은 외로움을 털어놓는 대목에서 에반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적 있는 관객이 위로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로움을 경험한 적 있는 사람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작품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길 바라는 사람은 이 작품을 보며 위로를 얻을 수 있겠죠. 저는 반대로 남에게 손길을 내민 적 있었나 반성하게 됐어요. 강요하지 않아도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5년 뮤지컬 '라이어 타임'으로 데뷔한 박강현은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보며 꿈을 키웠던 고등학생은 어느덧 대극장 주연을 맡는 배우로 성장했다.

박강현은 세 차례 출연한 '웃는 남자'를 제외하면 두 차례 이상 출연한 작품이 없다. 아시아 초연인 '디어 에반 핸슨'을 비롯해 '멤피스'와 '하데스타운' 등 초연 작품을 골라 출연한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처음부터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힘든 만큼 잘 만들었다는 성취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지금도 안정적인 선택보다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내년 팬들을 위한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는 박강현은 더욱 성장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누군가의 자부심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한 적 있는데 말을 지키는 일이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과거의 나보다 더 나아지는 박강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6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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