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정확하다면서요"…현역 타격 1위의 작심 발언, ABS 뭐가 문제인가

김민경 기자 2024. 4. 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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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다이노스 박건우 ⓒ곽혜미 기자
▲ NC 다이노스 박건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시행하기 전에 우리한테 99% 정확하다고 그렇게 이야기했잖아요. 그런데…."

NC 다이노스 외야수 박건우(34)는 최근 불거진 ABS(자동볼판정시스템) 논란에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박건우는 통산 타율 0.326(4068타수 1328안타)로 현역선수 가운데 역대 1위에 올라 있는 타자다.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국내 최고 우타자로 발돋움했다. 올해도 타율 0.347(72타수 25안타)를 기록하면서 9년 연속 3할 타율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그런 박건우도 타석에 서면 ABS가 내리는 볼 판정에 고개를 갸웃할 때가 많다. 과거에는 주심의 결정으로 스트라이크/볼이 판정되기에 납득이 되지 않으면 따져 묻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어차피 기계가 판정한다는 이유로 납득이 가지 않아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때가 많다. 특히 ABS가 스트라이크존 높은 쪽에 후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종종 심판이 판정했다면 볼이었을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러면 후한 판정을 받은 투수도 멋쩍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

구장마다 ABS 판정 기준이 다른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다. KBO의 ABS 도입 의도대로면 구장 특성과 상관없이 10개 구장에서 모두 똑같은 기준으로 스트라이크존이 설정돼야 하는데, 각 구장의 지형 구조와 설치된 장비 특성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한다. 현장에서는 투구추적시스템으로 트랙맨을 쓰는 구장과 호크아이를 쓰는 구장의 차이도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BS 판정 자체는 10개 구장 모두 PTS로 이뤄진다.

박건우는 "ABS라고 하면 정확하게 딱 정해져서 모든 구단에 똑같이 들어가야 하는데 어느 구장은 몸쪽을 조금 더 많이 주고, 어느 구장은 바깥쪽을 많이 준다. 우리가 지금 이런 특징을 구장마다 적응을 해서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판이 판정을 한다고 하면 사람이니까 그렇게 적응을 한다고 하지만, 처음에 ABS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우리한테 99% 정확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구장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면 우리가 어떻게 다 적응하겠나. 아니면 적응할 시간을 처음부터 줬어야 했는데, 당장 시범경기 기간에 다른 구장을 다 가보지도 못했는데 시즌을 시작하다 보니까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키를 재는 것도 정확하게 딱 하는 느낌보다는 잠깐 와서 측정하고 '이제 됐습니다' 이렇게 하고 넘어가니까. 그런 게 조금 의아할 때가 있다. 이걸로 진짜 정확하게 되는 건가 솔직히 약간 의문이 있었다. 정확하게 나와야 우리도 노력을 하고 준비를 할 텐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캠프 때도 적응할 기회를 주지도 않았고, 시범경기 때 잠깐 했으니까. 선수들이 지금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오는데, 토로를 할 수가 없다. 기계에서 이렇게 나왔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 기계가 그랬다고 하면 할 말이 없으니 불만을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 NC 다이노스 박건우 ⓒ곽혜미 기자
▲심판이 ABS를 통해 볼판정을 내리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이런 목소리는 박건우만 내는 것은 아니다. 구장마다 ABS 판정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10개 구단 선수단에서 모두 말하는 내용이다. 매일 전력분석을 하기에 그 차이를 짚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박건우는 "반응이 비슷하다는 것은 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지 않나. 한두 명이 이러는 게 아니라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대다수 이런 말을 한다는 거니까. 조금 더 제대로 준비를 하고 시행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은 새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니 박건우는 적극적인 타격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는 "ABS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기 전에 친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으로 치는 게 맞는 것 같다. 사실 컨디션이 좋고 이럴 때는 공이 휘어나가고 이런 것을 보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딱 보인다. 그런데 볼을 스트라이크로 주니까. 어떻게 하라는 건가 싶고, 그런 공에 대처하려고 또 배트가 나가면 터무니없는 공에 스윙을 하고 이렇게 된다. 지금으로선 그런 공은 버린다는 생각으로 치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구장마다 차이가 지적되고 있지만, 로봇과 사람 심판을 일관성이라는 기준을 두고 보면 ABS가 우위에 있기는 하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최근 "선수들이 느끼기에는 약간 차이가 있다. 잠실구장은 왼손타자 몸쪽을 잘 잡아주고. 그런데 우리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봤을 때는 어차피 구장마다 다른 것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구장에서도 카메라 장비에 문제가 생기거나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경우 오차가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성을 위해 ABS를 도입한 의도 자체는 공감하지만, 기술적 결함을 보완하는 작업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구단에 지급된 태블릿 PC로 ABS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데이터 전송이 너무 늦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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