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마저 요지부동…‘PF 구조조정’ 몰린 지방건설사들

노현웅 기자 2024. 4. 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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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들 잇단 부실 경고음
금융당국 옥석가리기 본격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연합뉴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태영건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방안이 공개된 가운데, 건설업계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위기설’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제 총선이 끝난 터라 지역 경기 등을 돌봐야 할 정치적 요구가 줄었고, 고물가·고유가 기조에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마저 점점 사그라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회복도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금융권에서는 사업성이 낮은 비수도권 피에프를 중심으로 부실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금융권 부동산 피에프 대출 잔액은 135조6천억원으로 전년보다 5조3천억원 늘었다. 피에프 대출 연체율은 1.19%에서 2.7%로 두 배 이상 뛰었다. 4월 이후 이들 대출의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서 ‘4월 위기설’이 금융권에서 불거졌던 이유다.

실제 4·10 총선이 마무리된 뒤 신용평가업계는 약속이라도 한 듯, 부동산 피에프 부실이 금융권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11일, 나이스신용평가는 12일, 한국신용평가는 15일 각각 보고서 발간과 세미나 등을 개최해 피에프 손실 인식 현황과 추가 손실 전망 및 제2금융권의 부실 완충력 등에 대해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우발부채 규모는 합산 피에프 보증 30조원(태영건설 제외 시 26조9천억원) 가운데 40% 수준(11조7천억원)으로 추산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국내 저축은행의 부동산 피에프 위험 노출액이 최대 4조8천억원에 달한다며, 대손충당금을 부동산시장 회복 여부에 따라 최대 3조3천억원 추가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피에프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대처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 등과 면담을 진행해 피에프 사업장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사업장 평가기준을 기존 3단계에서 4단계(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로 세분화해 충당금 적립을 높이고 재구조화를 촉진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피에프발 불안 요인으로 시장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사업성 평가 기준 개편, 부실 사업장 정리·재구조화 등을 차질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선제적 자구노력을 이행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특례 보증을 올해 한도로 출시해, 사업성 있는 피에프가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이런 재구조화 과정에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축은행 등 대주단 입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공매에 나설 경우 투자금 회수는커녕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면에서 만기 연장 등으로 ‘버티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결국 피에프 사업장에 투자한 대주단 압박과 동시에, 피에프 사업장을 끼고 있는 건설사의 기업개선 절차가 진행되면서 ‘옥석 가리기’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권 인사는 “당국 입장에서 추가 충당금을 쌓도록 압박하고, 부실 건설사 워크아웃 과정을 통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투트랙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특히 앞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버티는 쪽이 이득을 본다는 경험을 쌓았던 대주단 입장에서는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강대 이윤수 교수(경제학)는 “당국 ‘옥석 가리기’의 관건은 부실 위험이 일시에 터지지 않도록 충격을 분산하는 것”이라며 “시중은행 등은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전체 금융 시스템에 혼란이 발생하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분양률이 낮은 지방 피에프 사업장을 끼고 있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상당한 규모의 진통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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