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조자’ 박찬욱에게 동조된다[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2024. 4. 1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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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자’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쿠팡플레이



■편파적인 씨네리뷰 : 다음화 주세요, 현기증 나요.

그래, ‘먼 나라’ 이야기란 없다. 국경과 인종을 떠나, 사건의 크기를 떠나 결국 그 모든 건 사람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삶의 진한 이야기일 뿐이다.

1970년대 베트남의 복잡한 이데올로기 속 사람들을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지 못하고 깊숙하게 빨려드는 건 시청자의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박찬욱 감독만의 시선과 화법 덕분이다. OTT플랫폼 쿠팡플레이 독점 HBO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 ‘동조자’ 1, 2화 시사 후 ‘박찬욱’ 이름 석자에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될 수밖에 없다.

‘동조자’ 속 장면들.



‘동조자’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 ‘대위’(호아 쉬안데)가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다. 몇천명의 오디션을 거쳐 발굴된 베트남계 2세 배우들을 비롯해 호아 쉬안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산드라 오 등이 손잡고 7부작을 완성한다.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꾼답다. 그럴 듯한 대사로만 귀를 홀리는 게 아니라 색감과 앵글, 노래까지 활용하며 별 대사가 없어도 강렬한 감정들을 전달한다. 인물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침묵마저 재밌게 느껴지는 건 메가폰의 감각적인 연출 덕분이다. 낯선 배우들이 산재하고 친숙하지 않은 배경과 무거운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와도 집중력 한 번 흐트러뜨리지 않고 작품에 빠져든다.

이데올로기에 따라 베트남 전쟁, 혹은 미국 전쟁으로 불리는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야망과 목적을 지닌 여러 인물들을 따라가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 남 베트남의 ‘대위’이자 북 베트남의 남파 간첩인 주인공이 주변인들에 의해 흔들리는 과정도 관전포인트다. 그가 겪는 갈등과 심리 변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진지하게 와닿는다.

1인4역에 나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살 떨리는 연기 변신들을 회차마다 색다르게 만날 수 있는 것도 놓칠 수 없겠다. 3화까지 연출한 박찬욱 감독과 그의 조합이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물론 아직 2회까지만 시사한 터라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미지수지만, 시리즈 초반 시청자의 마음을 단단히 붙들었느냐는 지점에선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1회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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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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