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문턱 없이 직관할 수 있도록!" K리그어시스트의 번뜩이는 어시스트, '이동약자를 위한 K리그 경기장 안내지도'를 아시나요

윤진만 2024. 4. 19. 0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곽영진 K리그 어시스트 이사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문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4.17/
곽영진 K리그 어시스트 이사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문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4.17/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엘리베이터가 왜 2층엔 안 서는 거죠?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어디에 있나요?"

이동 약자의 눈으로 바라본 K리그 직관(현장 관람)은 하나의 '미션'처럼 여겨진다. 보고 싶은 경기가 생겨도 경기장에 가는 것부터 막막해 고민의 단계에서 포기하게 된다. 용기를 내어 경기장에 도착해도 어디로 가야 계단을 피해 관중석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노태형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팀장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아 경기장 가는 것 자체가 꺼려졌다"고 털어놨다. K리그 사회공헌재단 'K리그어시스트'의 곽영진 이사장은 "3년 전 아내가 갑작스런 뇌질환으로 장애를 갖게 됐다. 아내와 여러가지 일상생활을 해보고 있는데, 이전에 몰랐던 불편함을 알게 됐다. 이전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불편한 게 많다"고 했다.

지난 15년간 K리그 현장 취재를 하러 가는 대중교통에서 휠체어를 탄 팬을 본 기억은 한 손에 꼽는다. 다들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일까? 그럼 자가용이 없는 젊은 팬들은 어떻게 K리그 경기장으로 이동할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 '차별없는 접근성'에서 시작했다. 연맹은 K리그 26개 경기장 대부분이 전체 좌석 수 대비 장애인석 수(평균 70석) 비율이 낮고,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좌석, 접근가능한 출입구 등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했다. '모두의 축구장, 모두의 K리그'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동 약자의 축구 관람권 지원을 위한 K리그 경기장 접근성 향상 캠페인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2020년 8월, 연맹이 하나금융그룹,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동약자를 위한 K리그 경기장 안내지도' 제작에 돌입한 배경이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에 발맞춰 지난해 4월엔 K리그 사회공헌재단 'K리그어시스트'가 출범했다. 'K리그어시스트'는 '모두가 마음껏 축구를 즐기게 하는 것'이라는 비전을 앞세워 K리그 구성원(연맹, 구단, 선수, 팬) 전체 사회 공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데 그 목적을 뒀다. 현재는 사회에 장기·조직 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전파하고 생명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K리그 생명나눔 캠페인', 전·현직 K리그 및 WK리그 선수들이 프로를 꿈꾸는 유소년 선수를 대상으로 연중 일대일 멘토링을 진행하는 'K리그 드림어시스트',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적인 책임을 다하여 지속 가능한 축구 환경을 조성하는 'K리그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프로젝트 등을 시행하고 있다. 문체부 1차관 출신으로 2017년 FIFA U-20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2018년 평창올림픽 조직위 부위원장 등 스포츠계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곽 이사장은 "K리그 어시스트는 결국 스포츠를 통해 복지를 넓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축구를 좋아하게 되면 축구의 바탕이 튼튼해진다"며 "이를 통해 지역도 발전하고 개인도 발전하는 희망찬 사회가 되도록 뒤에서 '어시스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약자를 위한 K리그 경기장 안내지도'는 'K리그 어시스트'의 대표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연맹은 실제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당사자가 경기장 접근성 관련 실사에 참여하여 휠체어를 기준으로 이동 가능한 동선(계단의 유무, 턱의 높이 등)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조사했다. 추국화 국립재활원 장애 발생 예방 교육 강사는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 갔을 때 그라운드와 가까운 평지에서 직관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연맹은 3년여에 걸친 경기장 시설, 주변 대중교통 시설을 점검하고 장애인 입장료 등 정보를 취합했다. 동시에 장애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을 개최했다. 또, 발달장애인 등 정보 소외계층에게 이해하기 쉬운 정보(easy-read) 기반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과의 협업을 통해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정보접근권까지 고려한 포괄적 사회환경 조성 기반을 마련했다. K리그 각 구단 주요 선수, 유명 축구 유튜브 크리에이터 '고알레' 등이 참여한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한 기부캠페인 '하나 GO라운드'는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곽영진 K리그 어시스트 이사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문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4.17/

오랜 노력 끝에 지난 1월 'K리그어시스트' 홈페이지가 신설되고, '모두의 축구장, 모두의 K리그' 오프라인 책자가 발간됐다. 'K리그어시스트'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안내지도'가 축구장 너머에 있는 사회 곳곳의 인식 개선을 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K리그어시스트'의 활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곽 이사장은 "아브레우가 음악으로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 발달을 도왔듯이 어떻게 하면 축구를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지 고민하고 있다.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은퇴 후 어려움을 겪는 축구 가족을 도울 방법도 찾고 있다"며 "임기 동안 K리그의 사회 공헌 토대를 마련하고, 리그가 부흥하고 발전하도록 돕는 게 내 소임"이라고 말했다. 곽 이사장은 연맹 직원들이 공들여 만든 '안내지도'의 안내에 따라 조만간 아내와 경기장을 직관하겠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