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올해 중·장기적 투자전략 초점…왜?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도형 2024. 4. 1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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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확대 여부 등을 둘러싸고 기업들과 대립각을 세워온 행동주의 펀드가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선 이사회 진입과 같은 중·장기적 투자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경영권 참여를 통해 좀 더 긴 호흡으로 기업의 주주환원 강화를 이끌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행동주의 펀드들에 배당 등 단기수익보다 기업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세계일보는 19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중동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겹악재로 요동치던 원·달러 환율이 18일 전일보다 13.9원 급락한 1372.9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원·달러 환율이 지난 16일 장중 1400원까지 치솟는 등 다른 주요 통화들보다 유독 변동성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는 이유도 분석했다. 

한 주주총회장 입구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행동주의 펀드. 올해 이사선임 주주제안 집중”

18일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펴낸 올해 정기 주총 시즌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분석 대상 상장기업 225곳 중 34곳이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했다. 지난해 44곳에 비해 줄었지만 2022년 27곳보다 늘어났다.

올해 상장기업 9곳에서 최대 주주와 2대 주주, 또는 사주일가 간 경영권 다툼과 관련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됐다. 한미사이언스, 다올투자증권 등이다. 서스틴베스트가 주주제안 안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이사·감사 선임건이 전체 117개 주주제안 안건 중 61건으로 52.1%를 차지했다. 이어 정관 변경(18.8%), 현금·주식 배당(11.1%), 보수 한도 등 기타(10.3%) 순이었다.

서스틴베스트는 “2023년 주총 시즌 당시 현금·주식 배당이 이사·감사 선임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들은 올해 대부분 이사 선임과 관련한 주주제안에 집중했다. 그 결과 트러스트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주총에서 추천한 김우진·안효성 사외이사, 정안식 사내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태광산업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를 선임한 건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JB금융지주 주총에서 이희승·김기석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켰다. 이사회 구성원 11명 중 2명을 추천 인사로 채웠다. 

서스틴베스트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이사 선임 주주제안은 배당 확대와 같은 일회성 요구보다 이사회 진입을 통해 좀 더 중장기적 관점으로 주주가치 상승을 끌어내려는, 접근법의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업가치 강화를 골자로 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주주제안이 늘어나고, 행동주의 펀드들도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독 당국이 “책임감과 투명성을 가져 달라”고 당부하고 나선 건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 행동주의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현실을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기업과 주주 행동주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트러스톤, KCGI, 안다, 얼라인, 차파트너스 등 국내 주요 행동주의 펀드 대표들을 만났다. KT&G, DB하이텍, JB금융지주 등 최근 행동주의 펀드 또는 소액주주와 이슈가 있었던 기업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주주 행동주의 기관은 ‘장기 성장전략’을 기업과 주주들에 적극적으로 제시해 달라”며 “단기수익만 추구하는 무리한 요구는 기업의 장기 성장동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자본시장 발전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은) 책임감과 투명성, 그리고 전문성을 가지고 적극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주 활동으로 기업과 자본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상장기업에도 “앞으로의 주주 행동주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 등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 형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이를 주주들과도 적극적으로 공유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한달간 원화 4.6% 하락…“제조업 중심, 환율 민감도 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15일∼4월16일 한 달간 미국 달러가 2.7% 오르는 동안 원화는 4.6% 하락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 헤알(-5.4%), 스웨덴 크로나(-5.5%)를 제외하고 주요국 통화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일본 엔화도 -3.6%로 변동성이 컸고, 유럽중앙은행(ECB)의 6월 금리인하 예고 영향으로 유럽 통화 역시 2∼3%대 하락폭을 보였다. 반면 중국 역내 위안(CNY)화는 0.6% 떨어지는 데 그쳤다.

사진=연합ㄴ스
원화가 유독 외부 변수에 취약한 것은 근본적으로 제조업 중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 때문이다. 신한은행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서비스업 중심인 미국과 달리 경기 확장기와 위축기에 진폭이 매우 큰 제조업 중심 경제여서 환율의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 중에서도 반도체의 비중이 워낙 커서 반도체 업황이 안 좋으면 펀더멘털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일주일간의 급락세는 높은 원유 수입의존도 때문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이 확전으로 치달을 경우 원화값이 다시 추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중국과 일본이 경기 회복을 위해 강도 높은 통화완화정책을 펼쳐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원화가 동조한 영향도 크다. 한은 관계자는 “한·중·일 3국이 교역 등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원화가 위안화, 엔화 약세에 동조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특히 이번에는 강 달러-원화 약세라는 환율 방향성에 시장참가자들이 과도하게 베팅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원화 변동성이 심화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 체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가 위안화에 동조하면서도 하락폭이 더 큰 이유는 중국 경제는 지난해 5.2% 성장하고 올 1분기에도 예상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지난해 1.4%, 올해는 올라봐야 2% 초반으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약세에는 일정 부분 경기 부양차원의 인위적 통화가치 약세 정책이 작용하고 있다”면서 “반면 원화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서 다소 소외되는 현상과 대내적으로 각종 구조적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신용위기가 돌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는 신용리스크에 달려 있는 만큼 부동산 리스크 등에 대한 경계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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