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민주주의가 만난다면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4. 4. 19.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AI 시대의 정치이론

마티아스 리스 지음, 박성진 옮김, 그린비 펴냄

“인공지능은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인가?”

‘생성형 인공지능’이 출현한 이후 세상의 속도가 훨씬 빨라진 느낌이다. 인공지능은 예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기능으로 인간의 정신적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정치에도 끼어들기 시작했다. ‘내’가 남긴 여러 데이터로 ‘나’의 정치 성향을 분석한 뒤 맞춤형 광고를 보낸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회적 대립을 고조시키는 내용이지만 격렬하게 재미있는 동영상들을 추천해 나의 정치 성향을 더욱 과격하게 만들어준다. 철학박사인 저자는 인공지능이 민주정치를 위협하는 지금의 위험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관습에 따라 무책임하게 대응할 뿐이라며 경각심을 촉구한다. 우리가 가진 자아 정체성이 빅데이터 인공지능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면 민주주의의 기초인 시민의 자율성과 주체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인공지능이 변화시킨 이 세계를 정치적으로 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오건호 지음, 서해문집 펴냄

“한국의 연금 정치는, 집권 세력이든 야당이든, 2007년 이후 17년간 심각한 직무유기를 범해왔다.”

‘노후 대비를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지금으로선 국민연금밖에 없다. 그런데 2055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난다는 소리가 들린다. 저출산의 해일이 예상보다 훨씬 큰 높이로 빠르게 닥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1988년생 기자와 1964년생 연금 전문가가 한국인의 노후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국고를 투입하면 된다는 주장은 고령화 사회에서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아닌지, 연금에서 진짜 진보란 무엇인지 묻고 답한다. 연금에 관해 공포와 불신을 조장하는 시나리오와는 거리를 두되 세대 간, 계층 간 첨예한 입장을 날카롭고 깊이 있게 다룬다.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한국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 자명하다고 두 저자는 경고한다.

 

혼종의 나라

문소영 지음, 은행나무 펴냄

“치킨과 치맥은 한국적인가, 한국적이 아닌 것인가?”

영화 〈기생충〉 속 “‘부잔데 착해‘가 아니라 부자니까 착한 거지”라는 대사를 마주했을 때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면, 정곡을 찔렸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또 어떤가. K콘텐츠가 한류를 이끌고 있지만, ‘강한 국가에는 약하고, 약한 국가에는 강한’ 미성숙한 태도는 ‘문화 강국’의 지위에 한참 못 미친다. 저자는 ’혼종성(hybridity)’ 개념을 빌려 전통적 가치가 자본주의에 자리를 내주고, 단일한 정체성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현상이 일어나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자 한다. 요지경 속 대한민국의 면면을 살피는 일이 중요한 것은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역사상 모든 제국의 문화는 ’혼종’에서 시작되었다.

 

밥 먹으러 일본 여행

이기중 지음, 따비 펴냄

“쌀과 밥은 일본인의 문화적 정체성과 직결되어 있다.”

푸드헌터이자 식도락가인 저자가 두 달간 ‘일본 밥 여행’을 다녀왔다. 앞서 일본의 면 요리와 국수 문화를 다룬 데 이어 이번엔 밥이다. 삼시 세끼 밥을 먹으며 전통 음식, 서양과 일본의 만남이 만들어낸 음식, 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 등 다양한 밥을 경험했다. 주먹밥 오니기리를 음미하기 위해 쌀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일본 혼슈 중북부의 니가타현을 가고, 날달걀에 밥을 비벼 먹는 다마고가케고항을 맛있게 먹기 위해 농장 직송 달걀을 사용하는 식당을 찾았다. 카레 문화가 다채롭게 발달한 오사카의 소박한 대중음식점은 ‘아는 맛’ 같아서 더 군침이 돈다. 음식만으로도 일본에 갈 이유가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미리, 슬슬 노후대책

마녀체력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쇠해가는 육체와 정신을 안타까워하기보다 늘어난 자유와 시간을 잘 누려보자.”

철인 3종(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즐기는 강인한 체력의 주인공 마녀체력이 이번엔 ‘나이 듦’에 대해 이야기한다. 체력이 강하다고 자만하지 말고 거기서 멈춰도 안 된다는데, 육체 건강뿐 아니라 마음가짐, 태도, 관계, 습관 등도 챙겨야 한다는 것. 구체적인 노후대책의 팁이 담겨 있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성장을 하고 생명이 있는 한 가능성이 있다’는 김남주 번역가의 말처럼 나이 대신 ‘성장’을 내세울 것, 어린이를 존중하고 어른처럼 대접하기, 취향이 맞는 모임 만들기, 딴짓 저지르기, 근력 키우기 등 한 챕터씩 따라 읽다 보면 노후뿐 아니라 인생의 어느 시기에도 유용한 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립된 빈곤

박유리 지음, 시대의창 펴냄

“사회적 괴물은 우연히 탄생하지 않는다.”

2022년 8월,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결론 내렸다. 조사 과정에서 사망자 수가 657명으로 늘어났다. 서서히 형제복지원의 참상이 알려졌지만 피해자들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 법적 근거가 없어서 개별적으로 국가 상대 소송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생존자들은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가는 동시에 일상에선 가난과 싸운다. 저자는 형제복지원의 탄생이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상을 전하는 걸 넘어 한국 사회가 어떻게 빈곤한 이들을 가두고 ‘처리’해왔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