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조만간 털릴거다!" 일본인 '무패' 투수 이마나가의 겸손함과 유쾌함 [인터뷰]

이상희 기자 2024. 4. 1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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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 일본인 선발투수 이마나가 쇼타)

(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올 시즌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인 투수 이마나가 쇼타(31)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마나가는 19일(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총 3경기에 선발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은 완벽투를 펼치고 있다. 경기 내용도 좋다. 총 15.1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단 2개만 내주고, 탈삼진은 16개나 솎아냈다. 위력적이다.

일본보다 수준도 높고, 낯선 리그에서 초반부터 호투를 펼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에 이마나가는 지난 16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만난 MHN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통역을 통해 "상대팀들이 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나도 조만간 털릴거다"라고 말하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겸손함과 위트가 묻어나는 답변이었다.

이마나가의 최고 구속은 155km로 알려져 있다. 시속 160km를 던지는 투수들이 우글거리는 메이저리그에서 결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미나가가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던지는 공의 회전수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작년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마나가를 상대했던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마나가를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꼽았다. 이정후는 "볼 회전수가 그렇게 많은 공은 처음 봤다"며 "포수가 그 공을 받지 않았으면 뒷그물까지 뚫고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올 초 이마나가가 시카고 컵스가 계약할 때만 해도 그는 관심 밖이었다. 일본프로야구(NPB)를 평정하고 LA 다저스에 입단한 '특급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26)가 있었기 때문이다.

(LA다저스 일본인 선발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야마모토는 NPB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투수 5관왕, 3년 연속 4관왕 등 역대급 기록을 수립한 뒤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 2500만 달러(약 4529억원)에 계약했다. LA 타임즈 등 미국현지 언론도 이런 야마모토를 올 시즌 '신인왕 1순위'로 거론하며 집중 보도했다.

반면 이마나가의 계약수준은 4년 총액 5300만 달러(약 730억 87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야마모토에 비하면 크게 뒤쳐지는 수준이지만 현재까지 성적만 놓고 본다면 이마나가가 훨씬 더 좋다. 야마모토는 19일 현재 올 시즌 총 4경기에 선발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부진하다. 이 기간 동안 소화한 이닝도 총 16이닝에 그치고 있다. 경기당 4이닝 투구로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이닝이터의 모습도 부족하다.

하지만 이마나가는 3경기에 등판해 총 15.1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최소 5이닝은 막아주고 있다.

그에게 이런 성적을 언급하며 컵스와 계약을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손을 가로로 저으며 "지금의 계약도 충분하고, 만족한다"며 오히려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선수들이 뛰고 싶어하는 최고의 리그이다. 때문에 이런 곳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컵스 구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시즌이 생각보다 잘 흘러가고 있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이마나가는 이 질문을 받자 "승수나 평균자책점 등 개인성적은 1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선발투수로써 최대한 많은 경기에 등판하는 게 목표다. 그렇게 해야 나도 좋고, 팀도 좋을 수 있다"며 선수와 팀이 하나가 되는 '원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리그에서 활약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묻자 이마나가는 "언어를 제외하면 크게 어려운 건 없다. 일본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이동거리나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이동하는 날 경기를 하지 않는 것이 일본과 달라 처음엔 생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성이 좋은 편이어서 모든 음식을 잘 먹지만 우동을 제일 좋아한다. 그런데 그 좋아하는 우동을 이곳 미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어서 아쉽다"며 입맛을 다셨다.

끝으로 그에게 본인처럼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은 꿈을 가진 어린 선수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원하는 걸 얻으려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거나 쉽지 않다.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끈기가 있으면 할 수 있다. 나도 일본에서 뛸 때 2년 전만 해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어린 선수들도 할 수 있다. 용기를 가져라."

사진=MHN스포츠 DB, 시카고 컵스 구단 홍보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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