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못 쓴 데이터, 다음 달에 쓸 수 있게”... 정부 ‘데이터 이월제’ 검토

윤진우 기자 2024. 4. 19.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22대 총선 통신 주요 공약
데이터 이월 가능하면 지금보다 저렴한 요금제 쓸 수 있어
일부 요금제 이월 가능하지만 데이터 제공량 적고 단가 비싸
서울 시내 한 휴대폰 대리점./뉴스1

30대 직장인 김종인씨는 월 6만6000원에 8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LG유플러스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쓰고 있지만, 실제 사용량은 60GB에 불과하다. 3000원이 저렴한 월 6만3000원 요금제로 바꾸고 싶지만 데이터 제공량이 50GB로 부족하다. 때문에 김씨는 매월 20GB를 못 쓰고 날린다. 김씨는 “데이터 이월이 가능하다면 한 단계 낮은 요금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19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데이터 이월제 도입을 검토한다. 이달에 제공하는 데이터를 다 쓰지 못하면 다음 달로 넘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일부 요금제에 데이터 이월을 적용하고 있지만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요금제에서 데이터로 낙전수입(落錢收入·구매자가 제공량을 다 쓰지 않아 떨어지는 부가수입)을 가져가고 있다.

‘잔여 데이터 이월 추진’은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통신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자신의 재산권(데이터)이 의지와 상관없이 상실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내 돈으로 산 내 데이터 중 매월 사용하고 남은 잔여 데이터에 대해서는 내 마음대로 선물하기 또는 이월해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 데이터 이월제 도입하면 저렴한 요금제 사용 가능

과기정통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약 28GB다. 반면 5G 가입자의 85%는 데이터 제공량보다 적은 데이터를 사용(3개월 평균)하고 있다.

5G 가입자가 가장 많이 쓰는 6만원대 초반 요금제의 경우 매월 50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5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감안하면 22GB는 못 쓰고 남기는 셈이다. 1GB당 데이터 단가가 300~1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1인당 매월 6600~2만2000원을 버리는 것이다.

데이터 이월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현재 사용 중인 요금제보다 1단계 또는 2단계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가령 5만원에 데이터 40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쓴다면 4만5000원(데이터 35GB 제공) 또는 4만원(데이터 30GB 제공)짜리 요금제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 일부 요금제 데이터 이월 가능하지만 실효성 떨어져

데이터 이월제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잔여 데이터 이월은 2010년 KT가 업계 최초로 도입하면서 통신 3사가 다양한 요금제에 도입했다. SK텔레콤은 기본 데이터 소진 시 3000원으로 데이터를 리필할 수 있는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KT는 잔여 데이터를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는 3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만 36개월 미만이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매월 데이터 10GB를 추가로 제공하는 등 고객 맞춤형 데이터 이월제를 제공한다.

다만 통신 3사의 데이터 이월 요금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T가 지난 1월 내놓은 이월 요금제를 보면 월 데이터 제공량이 최대 21GB(KT 기준)로 5G 가입자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못 미친다. 1GB당 데이터 단가도 최대 9250원(5G 슬림(이월) 4GB·3만7000원)으로 기존 5G 요금제의 2~3배에 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 1만4000원을 더 내면 데이터 제공량이 7배 이상인 30GB 요금제를 쓰는 게 경제적이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통신 3사의 모든 요금제에 데이터 이월제를 도입하거나 실제 사용량에 맞는 이월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사용자들이 많이 쓰는 데이터 구간이 아닌데 이월 요금제를 내놓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실효성이 있는 데이터 이월제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정부가 국민 모두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