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히트치면 일본서도 인기"…일본서 1위 만화 앱의 비결

이정현 기자 2024. 4. 19.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쿠마자와 모리오 카카오픽코마 콘텐츠 본부장
쿠마자와 모리오 카카오픽코마 콘텐츠 본부장/사진제공=카카오픽코마

"독자들은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면서 이게 어느 나라 작가가 쓴 작품인지 별로 의식하지 않습니다. 대개 한국에서 히트한 작품이면 일본에서도 히트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제작된 웹툰을 로컬라이제이션(번역을 포함한 현지화)하고 전자책 형식의 일본만화를 서비스하는 플랫폼 카카오픽코마가 올해로 8주년을 맞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디지털 만화 거래액은 1000억엔(약 9000억원)을 넘기며 일본 앱(애플리케이션)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앱 누적 다운로드는 약 4500만건에 달한다.

8년 만에 일본 앱 시장을 제패한 카카오픽코마의 모든 콘텐츠는 쿠마자와 모리오(熊澤森?) 콘텐츠 본부장(상무이사)의 손을 거친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 10년 넘게 근무해 온 쿠마자와 본부장은 네이버, 라인 등을 거쳐 카카오픽코마가 설립된 지 1년 뒤인 2017년 합류했다. 쿠마자와 본부장이 입사했을 당시 70여 작품을 서비스하던 카카오픽코마는 현재 16만개 이상의 작품을 서비스한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CF를 촬영하러 방송국에 갔는데 '만화 볼 때는 픽코마'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카카오픽코마 작품 중 내놓을 만한 작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광고도 못 찍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무려 16만개가 넘는 작품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쿠마자와 본부장은 카카오픽코마의 일본 내 입지에 대해 "감사하게도 만화 서비스 중에서 1위를 하고 있다. 전체 시장의 20%가량을 차지한다. 만화도 웹 베이스와 앱 베이스 2가지로 나뉘는데 카카오픽코마는 앱 베이스 쪽이 강해 이쪽에선 5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쿠마자와 본부장은 카카오픽코마에 작품을 들일 때 인기 있는 장르인지 아닌지, 잘 팔릴지 안 팔릴지 등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선순위와 기대감은 있겠지만 작품을 확보하는 게 먼저라는 취지다. 쿠마자와 본부장은 여러 장르의 작품들이 골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카카오픽코마의 트렌드라고 했다.

쿠마자와 모리오 카카오픽코마 콘텐츠 본부장/사진제공=카카오픽코마

그는 작품 수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끈기'를 꼽았다. 쿠마자와 본부장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화 분절(단행본을 회차별로 나눠서 볼 수 있게 한 것)' 방식을 고수했고 기다리면 하루에 하나씩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기다무'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콘텐츠 플랫폼들이 이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쿠마자와 본부장은 배수의 진을 치고 지금의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해 독자를 늘리고 광고를 붙여 이익을 얻었다면 좀 더 쉬웠겠지만 처음부터 광고는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어떻게든 무료 콘텐츠로 유입된 독자들이 유료 콘텐츠까지 결제할 수 있게 만들자는 신념을 가지고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쿠마자와 본부장은 "카카오픽코마가 급격히 성장한 배경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다. 끈기 있게 작품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영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작품만 추가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독자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독자와 작품이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작품 순서를 바꾸거나 넷플릭스처럼 표지 화면을 계속 교체하면서 독자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작품은 카카오픽코마에서도 인기다. 쿠마자와 본부장은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영상화된 '나 혼자만 레벨업'"이라며 "'갓 오브 블랙필드' 같은 작품도 인기가 많고 이세계 판타지물이나 여성향 장르물도 인기가 많다"고 밝혔다. 여러 복선이 깔려있고 등장인물이 많은 일본 작품에 비해 한국 작품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고 접근하기 쉬워 인기가 많은 것 같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는 일본에서도 인기다. 결국 작품의 국적과 상관없이 재미만 있으면 어느 나라 독자들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쿠마자와 본부장은 "요새 일본 독자들도 한국 콘텐츠를 잘 받아들인다. 오히려 한국 문화를 동경하는 분위기가 있을 정도"라며 "만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로로 보는 만화냐, 세로로 보는 만화냐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겠지만 국적에서 오는 취향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