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읽지 않는 걸작’과 거리 좁혀 볼까 [책&생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7부작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시간')는 20세기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지만 완독했다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대중들은 여전히 '시간'에 열광하지만, 대부분 프루스트라는 작가의 생애와 '마들렌과 홍차' 같은 이미지만을 소환하고 소비하는 데에 그치는 이유다.
여기에 프루스트와 '시간'에 관한 기존의 탐구들에서 핵심적으로 거론되어온 주제와 논점을 짚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느낌과 알아차림
나의 프루스트 읽기 연습
이수은 지음 l 민음사 l 1만8000원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7부작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시간’)는 20세기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지만 완독했다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2022년 완간된 민음사 번역본 기준 5600쪽, 300만 자가 넘는데다 문장은 지독한 만연체요, 등장인물은 2000명에 이른다. 여기에 “은밀하고 복잡한 서사 전략”까지 더해지자 “질색하며 도망치는” 독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대중들은 여전히 ‘시간’에 열광하지만, 대부분 프루스트라는 작가의 생애와 ‘마들렌과 홍차’ 같은 이미지만을 소환하고 소비하는 데에 그치는 이유다.
22년 동안 문학 편집자로 일한 지은이는 무려 3년4개월 동안 ‘시간’을 읽고 또 읽었다. 1회독에만 꼬박 1년이 걸렸는데 “여전히 대부분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또, 다시 읽어야 했”단다. 치밀한 독해가 낳은 26편의 연작 독후감에는 ‘시간’에 대한 친절한 요약 같은 건 없다. 대신 지은이가 여러 해 동안 ‘시간’을 “총력을 기울여 사랑”하며 던졌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예컨대 ‘프루스트는 왜 이렇게 은밀하고 복잡한 서사 전략을 채택한 걸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이 소설은 무엇을 고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들켜지기 위해 쓰였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답을 내놓는 식이다. 여기에 프루스트와 ‘시간’에 관한 기존의 탐구들에서 핵심적으로 거론되어온 주제와 논점을 짚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은이는 ‘시간’을 ‘죽기 전에 결코 끝낼 수 없는 책’이라 호명하지만, 역설적으로 꼭 한번 도전해 보라는 유혹으로 들린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선방위 정당·단체 민원 100%, 국힘·공언련이 냈다
- ‘성인 페스티벌’ 취소…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 평생 자유 향한 고뇌…진영 넘어선 영원한 비판적 지식인
- 인적 쇄신 막는 ‘윤의 불통’…‘김건희 라인’ 비선 논란만 키웠다
- 이화영 “이재명 엮으려고”…검찰 ‘술판 진술조작’ 논란 일파만파
- 주중엔 황사, 주말엔 비…기분 좋은 나들이는 언제쯤
- 가방에 대롱대롱 내가 만든 인형…“내 새끼 같아” [ESC]
- [단독] 윤 “국정철학 흔들림 없다”…총선 당선자 일부에 전화
- 이승만·박정희를 국립묘지에서 파묘하라 [왜냐면]
- 20년 앓은 희귀병 원망 않고, 떠날 때도 5명 살린 의연한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