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음’에 대한 과학·문학의 탐구와 상상 [책&생각]

김규남 기자 2024. 4. 1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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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은 물질에 닿아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와 물질의 형태와 색깔을 인식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물리학·광학 교수인 지은이는 빛의 입자성·파동성, 전자기학, 엑스선, 원자 구조, 양자물리학 등 빛과 물질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본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빛을 자연상태와 달리 반사하지 않고 특정 방향으로 흘려보내는 메타물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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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 포터\' 속에 등장한 투명 망토. 영화 장면 갈무리

보이지 않는
빛과 물질의 탐구가 마침내 도달한 세계
그레고리 J. 그버 지음, 김희봉 옮김 l 을유문화사 l 2만원

‘본다는 것’은 물질에 닿아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와 물질의 형태와 색깔을 인식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빛이 다른 매질을 만나면 반사도 되지만, 굴절도 된다. 굴절되는 이유는 빛이 어떤 매질을 지나가느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빛은 진공에서 가장 빠르고, 공기, 물, 유리 등에서 속도가 점차 조금씩 느려진다. 물이 담긴 잔에 넣은 막대기가 굴절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럼 물질을 보이지 않게 하려면? 이에 대해 과학의 탐구와 과학소설(SF)의 상상이 150년 넘게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이어져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물리학·광학 교수인 지은이는 빛의 입자성·파동성, 전자기학, 엑스선, 원자 구조, 양자물리학 등 빛과 물질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본다. 또 많은 ‘보이지 않음’(투명)을 다룬 과학소설들에 담긴 과학적 근거와 문학적 상상을 소개한다.

그중 한 대목은 이렇다.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는 투명 망토가 나온다. 마법의 힘을 가진 투명 망토를 덮은 해리의 몸은 보이지 않고, 덮지 않은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투명 망토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6년 두 개의 연구팀이 독립적으로 투명 망토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이론적 설명을 담은 논문을 ‘사이언스’에 투고한 일이 있었다. 당시 두 연구팀은 모두 “강에서 물이 바위를 휘감으면서 흐르는 것처럼, 빛을 구멍 주위로 우회하도록 유도하여 그 안의 물체가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비유를 들어 투명 망토의 작동 방식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신기하게도 이 설명은 수십 년 전에 한 에스에프 작가(1931년 에이브러햄 메릿의 ‘심연의 얼굴’)가 예상했던 것이었다”고 한다. 이어 소설의 해당 부분을 인용하면서 “진정한 투명함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정확히 상상해 냈다”며 놀라워한다. 지은이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 ‘투명인간’ 등 ‘보이지 않음에 관한 소설’ 59권의 제목과 간략한 내용을 부록으로 수록해놓기도 했다. 책 속에서는 반대로 과학이 에스에프 작가들에게 준 영감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겨 있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빛을 자연상태와 달리 반사하지 않고 특정 방향으로 흘려보내는 메타물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럼 투명 망토는 곧 만들어지는 걸까. 지은이는 “실용적인 크기의 3차원 메타 물질 망토를 실제 제작하는 데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투명 망토가 금방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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