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방위 정당·단체 민원 100%, 국힘·공언련이 냈다

박강수 기자 2024. 4. 1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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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위 민원·안건 상정 현황 보니
“선방위 ‘방송탄압 대행사’ 전락” 비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3월4일 서울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규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2대 국회의원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의 정당·단체 민원 181건이 모두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에서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주로 문화방송(MBC)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겨냥해 집중적으로 민원을 냈고, 선방위는 이를 그대로 안건 상정해 ‘역대급’ 법정제재를 남발하며 ‘표적 심의·과잉 제재’ 논란을 빚었다. 특히 공언련 민원의 경우, 현 선방위에 공언련 관련 인사가 2명이나 속해 있어 ‘이해 충돌’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18일 한겨레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제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민원 및 안건 상정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14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지상파 방송 부문에 접수된 민원은 304건이다. 이 가운데 정당 민원 146건은 모두 국민의힘, 단체 민원 32건은 모두 공언련에서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민원을 합하면 전체 지상파 방송 민원의 약 60%다.

정당·단체 민원 셋 중 둘은 문화방송(MBC)에 집중됐다. 국민의힘 민원의 67%(99건), 공언련 민원의 68%(22건)가 문화방송 티브이와 라디오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이었고, 시비에스(CBS), 와이티엔(YTN) 라디오가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관련 민원은 전체 42건으로 지상파 민원의 14% 수준이었다. 이마저 대부분 개인이 낸 민원이었다. 정당 민원은 국민의힘이 와이티엔을 상대로 낸 3건이 전부였고, 공언련 민원은 없었다.

국민의힘과 공언련이 낸 민원들은 고스란히 선방위 안건으로 올라갔다. 과거에는 선방위원들 요청에 따라 방심위 사무처에서 민원을 1차로 걸러냈다. 그러나 이번 선방위는 사무처에 ‘민원인의 취지를 최대한 반영해 빠짐없이 올려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무차별·월권 심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번 선방위는 그간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등 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까지 제재하며 역대 최다 법정제재를 의결해 왔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2월6일 서울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해충돌 논란도 제기된다. 현재 선방위에는 공언련 관련 인사 2명(권재홍, 최철호)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추천을 받은 최철호 위원은 전 공언련 대표 출신이고, 공언련 추천 몫으로 선방위에 합류한 권재홍 위원은 현 공언련 이사장이다. 즉, 공언련이 제기한 민원을 공언련 전·현직 인사가 심의한 꼴로, 이는 사적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공직자가 해당 직무를 회피하도록 정한 이해충돌방지법(5조)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지난 2월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두 위원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신고서에서 방심위노조는 “공언련 민원이 신청됐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두 위원이 이를 신고하고 회피하지 않아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류희림 위원장이 ‘민원사주’ 의혹으로 신고당한 것과 같은 조항이다.

공언련은 단체 누리집에 매주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올리고 ‘방심위 민원 신청’ 등 후속 조치도 공지한다. 공언련 초기부터 단체에 몸담았던 최철호·권재홍 위원이 그러한 사실을 몰랐을 리 없고, 실제 선방위 회의에서도 공언련의 민원 신청 사실을 인지한 듯한 발언이 반복된다는 것이 방심위 노조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월11일 3차 회의록을 보면, 최 위원과 권 위원은 문화방송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언련 보도자료·민원 내용 속에 강조된 문구와 표현을 비슷하게 사용한다.

언론노조 방심위지부가 지난 2월19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한 부패신고서 내용. 방심위노조는 빨간색 박스로 표시한 내용이 공언련의 보도자료·민원과 공언련 출신 선방위원들의 회의 발언에서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심위노조 신고서 갈무리
공정언론국민연대는 2022년 6월1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맨 오른쪽은 김장겸 전 문화방송 사장이다. 박성중 의원은 이 자리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 덕택에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다”라고 축사를 했고, 김 전 사장은 이 단체 상임고문을 거쳐 이번 4·10총선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야권 추천 김유진 방심위원은 선방위가 정권 비판 보도 입막음을 위한 일종의 ‘패스트트랙’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류희림 방심위에서 민원인이 원하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신속하게 선방위에서 제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이 구조를 특정 정당과 시민단체가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 역시 “류희림 위원장 부임 이후 방심위에 이어 선방위도 독립 심의 기구의 기능을 상실하고 정권의 ‘방송탄압 대행사’로 전락했다”고 짚었다.

권재홍 위원은 이해충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겨레의 질의에 “공언련 이사장은 대외업무와 이사회 관리를 맡고 있기 때문에 방송 모니터 등 실무 업무와 회의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공언련 관계자 역시 “공언련은 (류 위원장 전임자인) 정연주 위원장 시절부터 방송 모니터를 바탕으로 꾸준히 불공정·편파·왜곡보도에 대한 방심위 심의를 요청해 왔다. 우리는 지역·이념·진영 등 정치적 이해와 관계없이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라며 “공언련의 모니터 활동과 방심위 고발(민원접수)은 자체 회의를 거친 것으로 심의위원이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공언련, 출범 당시부터 국민의힘과 ‘끈끈’

공언련은 어떤 곳인가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10일 설립된 보수 성향 언론단체다.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11월 한국방송(KBS) 직원연대와 ‘문화방송(MBC) 노동조합’ 등 각 방송사 보수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꾸린 ‘20대 대선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한국방송·문화방송·와이티엔(YTN) 등 공영방송에서 사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던 인사가 주축을 이룬다.

공언련은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전국언론노동조합 출신이 공영방송 경영권을 장악한 뒤 편파·왜곡 방송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특정 정치세력과의 야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러나 설립 2년을 맞는 지금 이 단체 스스로 그런 행태를 더욱 노골적으로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공언련 창립대회에 참석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 덕택에 대선도 이길 수 있었고, 이번에 지방선거도 이길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이 단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박 의원은 문화방송과 한국방송, 와이티엔, 티비에스(TBS) 등 공영방송의 보도를 ‘불공정 방송’으로 규정한 뒤 “여기 우리 전신인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에서 (공영방송을) 감시 안 해줬으면 사실 우리가 (선거에서) 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공언련과 여당의 끈끈한 관계는 이 단체를 거쳐간 주요 인사의 이력에서도 엿보인다. 대표적으로 초기 공동대표를 지낸 최철호 전 한국방송 직원연대 대표는 공언련의 뿌리 격인 ‘20대 대선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던 2022년 2월 국민의힘 추천으로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꾸려질 때에는 역시 국민의힘 추천을 받아 심의위원이 됐다. 최 전 대표와 함께 선방위원(공언련 추천)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재홍 전 문화방송 부사장은 현재 공언련 이사장(2024.1~)이다.

이외에도 공언련 설립 당시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장겸 전 문화방송 사장은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장을 거쳐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소속으로 당선됐다. 이진숙 전 대전 문화방송 사장도 이 단체 발기인으로 참여했는데,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 언론특보로 영입됐다가 해촉된 이력이 있다. 이 전 사장은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추천 몫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갈 뻔했으나 그 뒤 국회 본회의 의결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와이티엔 김백 사장도 공언련 발기인 겸 초대 이사장 출신이다. 그는 와이티엔 사장 임명 직후 방송사 구성원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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