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사과밭 옆 양조장…맛에 반하고, 절경에 취하고

박준하 기자 2024. 4. 19.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농업의 중요한 다원적 가치 가운데 하나가 경관 보전이다.

사과로 술을 만드는 이곳엔 봄이면 양조장 바로 앞에 사과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양조장을 운영하기 전에는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술을 좋아해 취미로 맥주를 만들었다.

거창의 사과농사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양조장을 구경하며 술도 시음할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 술 답사기] (75) 경남 거창 ‘해플스팜사이더리’
사과나무 340그루 이맘때마다 만개
‘찾아오는 양조장’으로 방문객 몰려
발효한 과즙에 탄산 주입한 ‘사이더’
깔끔한 맛에 도수 낮아 즐기기 좋아
경남 거창 해플스팜사이더리에서 만든 사과술인 ‘해플스 애플사이더’. 3도(왼쪽부터)와 4.5, 6도. 거창=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농업의 중요한 다원적 가치 가운데 하나가 경관 보전이다. 아름다운 농촌은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고 지역에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양조장 역시 생산지와 인접하게 짓는 경우가 많아 농촌 경관과는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그동안 70여군데 양조장을 취재했음에도 이들 대부분은 공장식 양조장으로, 일부러 찾아갈 만큼 아름다운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런 면에서 경남 거창에 있는 ‘해플스팜사이더리’는 아주 특별하게 다가온다. 사과로 술을 만드는 이곳엔 봄이면 양조장 바로 앞에 사과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유영재 해플스팜사이더리 대표(53)가 오랜 기간 사과농사를 지으며 꿈꿔온 모습이다.

해플스팜사이더리의 봄. 주변 340그루의 사과나무에서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해플스팜사이더리

“50년 된 사과나무 340그루가 자라고 있어요. 매년 4월이면 사과꽃이 피는데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절경이죠. 지난 주말엔 꽃이 피지도 않았는데 1000명 정도가 양조장을 다녀갔어요.”

해플스팜사이더리는 카페와 식당을 겸하는 양조장 바로 앞에 사과밭이 있다. 2층으로 된 양조장에서 내려다보면 사과밭은 물론 명산 ‘금귀봉’ 등 멋진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코미디언 전유성씨는 이곳을 방문해 코앞에 산이 있는 걸 감상하고 “양조장 지을 때 이렇게 예쁜 산을 지척에 옮기는 것도 힘들었겠는데요”라는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유 대표는 2021년 해플스팜사이더리 문을 열었다. 양조장을 운영하기 전에는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술을 좋아해 취미로 맥주를 만들었다. 하지만 수제맥주의 인기가 한풀 꺾인 후 그는 갈 길을 잃었고, 그때 사과 발효주인 ‘사이더(Cider)’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마침 거창의 특산품이 사과인 데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지 않은 주종이라서다. 사이더란 사과즙을 발효한 후 탄산을 주입해 만드는 술이다. 음료수인 ‘사이다’와 헷갈릴 수 있지만 다르다. 사과 발효주는 주로 프랑스·스페인·미국 등에서 마신다. 사이더리는 사이더를 만드는 양조장이라는 뜻이다.

유영재 해플스팜사이더리 대표가 직접 만든 사이더를 태핑기로 잔에 따르고 있다.

“사과로 술을 만들면 부가가치가 한층 커집니다. 작품을 만들듯 하는 제수용 사과와 달리 양조용 사과는 못생기거나 흠집이 있어도 괜찮거든요. 일일이 손으로 따지 않고 나무를 털어서 수확해도 되고요. 고령농도 충분히 할 수 있죠.”

해플스팜사이더리는 사과술 3종을 만든다. ‘해플스 애플사이더’ 드라이(6도)·스탠더드(4.5도)·스위트(3도)이다. 색은 황금빛을 띠며, 맛은 잘 익은 사과를 크게 한입 베어 문 것 같은 풍미를 준다. 단맛은 스위트·스탠더드·드라이순으로 강하다. 스위트는 달콤하고, 드라이는 단맛이 적은 대신 깔끔하며 와인에서 느껴지는 나쁘지 않은 탄닌감(떫은맛)이 있다. 도수가 낮아서 목에 걸리는 것 없이 꿀떡꿀떡 마실 수 있다.

‘해플스 애플사이더’는 ‘후지’ 사과를 수확한 후 즙을 짜서 효모와 함께 넣어 13℃ 정도에서 저온 발효한다. 유 대표가 직접 키우는 사과로는 부족해 주변 농장에서 계약재배해 구매한단다. 저온 발효하면 이상한 냄새가 적고 깔끔한 술이 나오게 된다. 숙성까지 모두 2개월 걸리는 ‘귀한 몸’이다. 탄산은 마지막 공정에서 주입된다. 그가 만드는 사이더엔 물을 한 방울도 넣지 않으며, 330㎖ 한병에 사과 3∼4개가 들어간다.

“미국에서는 단맛과 신맛이 적당한 양조용 사과 품종이 따로 있어요. 우리는 아직 양조용 사과는 없지만 앞으로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양조용 사과를 보급하면 외국에도 수출할 만한 사이더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플스팜사이더리에서는 소정의 금액을 내면 양조장 투어도 가능하다. 거창의 사과농사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양조장을 구경하며 술도 시음할 수 있다. 유 대표는 해플스팜사이더리가 거창의 농업·농촌이 지닌 매력을 보여주는 대표 명소로 성장하길 소망한다.

“술은 단순한 상품 이상의 문화적인 가치가 있어요. 술 한잔에 거창의 사과농업 역사와 농부의 정성이 담겨 있죠. 이를 도시민에게도 전파하고 싶습니다. 또 사과 발효주를 증류한 ‘사과 브랜디(칼바도스)’ 출시도 생각 중입니다. 맛있는 사과술 드시러 거창으로 오세요.” 

거창=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june@nongmin.com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