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40만명분 헤로인, 국내 오기 전 막았다... 한국·태국 공조

유종헌 기자 2024. 4.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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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찰·태국 경찰 공조로 적발

44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헤로인’을 한국으로 밀반입하려 한 ‘다국적 마약 조직’을 우리 검찰과 태국 경찰이 공조 수사로 적발해 추적 중인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헤로인은 모르핀을 화학 처리해 만드는 마약으로 중독성이 강하고 과다 투약하면 사망할 수 있다.

방콕포스트, 타이 랏 등 태국 언론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최근 헤로인 운반책 솜퐁 로티센(70)씨를 체포했다. 이웃 나라인 라오스에서 마약이 건너오는 통로인 농카이 지역에 있는 택배 대리점에 솜퐁씨가 나타나자 덮친 것이다.

솜퐁씨가 보내려 한 택배 포장을 뜯었더니 선크림(자외선 차단제) 소박스 213개가 쏟아졌다. 소박스마다 가루 형태 헤로인이 담긴 종이봉투가 들어 있었다. 총 22kg의 헤로인이 현장에서 압수됐다. 1회 투약분(5mg) 기준으로 44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시중에 유통될 경우 소매가격 합계가 수백억 원으로 추산된다. 솜퐁씨는 “라오스 사람이 4000밧(약 15만원)을 주면서 방콕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택배를 보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그래픽=양인성

태국 경찰은 솜퐁씨가 속한 다국적 마약 조직이 헤로인 22kg을 수도 방콕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려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태국인, 라오스인 등이 포함된 마약 조직의 ‘윗선’을 추적하고 있다. 태국, 라오스와 미얀마에서 메콩강과 접하고 있는 지역은 세계 최대 마약 제조 지역으로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태국 경찰의 헤로인 조직 포착은 한국 검찰과 공조한 수사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필로폰 수십kg이 태국에서 국제 택배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다가 인천본부세관에 적발당했다. 필로폰 택배를 받기로 돼 있던 태국인 2명은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이영창)에 구속됐다.

검찰은 태국 당국과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필로폰 택배 발송자 관련 정보를 태국마약청(ONCB)에 보내줬다. 우리 검찰과 태국마약청은 지난 2011년부터 업무협약(MOU)을 맺어 수사관을 서로 파견하고 수사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선크림 상자에… ‐ 태국에서 헤로인 22㎏이 선크림 소박스 213개에 나눠 담긴 상태로 적발됐다. /방콕포스트

태국 경찰은 한국 검찰이 보내준 정보를 마약청에서 넘겨받아 라오스에서 각종 마약이 건너오는 태국 북부 지역을 집중 감시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헤로인 등 마약을 대량으로 한국에 보내려는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한다. 태국 경찰은 헤로인이 택배로 운송될 것으로 예상하고 주요 택배 대리점에 수사 인력을 배치했다. 이를 통해 헤로인 22kg을 택배를 통해 방콕으로 보내려던 솜퐁씨를 붙잡은 것이다.

우리 검찰은 다국적 마약 조직이 태국에서 택배로 반출하려 한 헤로인 22kg의 상당 부분은 대만이 최종 목적지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국적 마약 조직이 헤로인을 한국을 거쳐 대만으로 보내려 했을 수도 있고, 태국에서 바로 대만으로 보내려 했을 수도 있다.

한편 한국 검찰이 국제 공조 수사로 다국적 마약 조직을 검거한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 지난 2021년 1~3월 필로폰 16.4kg이 말레이시아에서 우리나라로 반입되려다 적발되자 한국 검찰이 발송자 관련 정보를 말레이시아 경찰에 제공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지에서 활동 중인 국제 마약 조직원 13명을 검거하고, 필로폰 12.2kg과 케타민 64kg을 압수했다.

같은 해 6월에도 우리 검찰이 카자흐스탄에서 많은 필로폰이 한국을 거쳐 대만으로 운반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뒤 미국 마약청(DEA) 등과 공조했다. 국제 마약 밀매 조직 10명이 검거되고 필로폰 81kg이 압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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