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쥐어짜내는 ‘발야구 스페셜리스트’

김하진 기자 2024. 4.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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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해민이 지난 16일 잠실 롯데전에서 7회 2사 때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아래쪽은 17일 창원 삼성전에서 8회말 3루로 슬라이딩하고 있는 NC 최정원. 연합뉴스·NC 다이노스 제공


9회 허찌른 주루 플레이
끝내기승 가져온 박해민


희생번트에 1루→3루까지
최정원 배짱질주 판 바꿔


야구 규칙 1조 2항은 ‘상대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내는 것’을 승리로 규정한다. 한 점을 더 내는 ‘발야구’는 경기 막판 승부를 가르는 요소지만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다. 빈틈을 찾는 예민한 감각과 빠른 결정, 그리고 ‘과감함’이 필수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LG는 승리까지 단 한 점이면 충분했다.

5-5로 맞선 9회 선두 타자 박해민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이어 신민재, 홍창기 두 명이 연속으로 볼넷을 얻어내 누상을 가득 채웠다.

안익훈이 뜬공을 쳤다. 중견수 김민석이 내야 가까이까지 뛰어와야 할 정도로 타구가 짧았다. 아웃카운트만 하나 늘어나나 싶었을 때 3루에 있던 박해민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박해민의 발은 공보다 더 빨랐다. LG는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박해민은 “상대 외야수의 자세가 불안정해서 충분히 홈에서 승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승부를 걸었다”며 “처음에는 비거리를 보고 안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외야수가 뛰어들어오는 자세가 불안정하더라. 나도 외야수로서 그런 상황에서는 다시 정자세를 잡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해 승부를 걸었다”라고 설명했다.

박해민은 “선두 타자가 그렇게 아웃이 되면 타자들이 고스란히 부담이 되기 때문에 조금 더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던 것 같다”며 “뒤에 정말 좋은 감을 가지고 있는 (김)현수 형도 있고 4월에 못 말리는 타격감을 가진 구본혁도 물론 있지만, 그냥 앞만 보고 뛰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박해민은 올시즌 22경기에서 14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이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리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겨울 내내 준비했고 감독님이 지난해 뛰는 야구도 해서 1년 동안 적응이 됐다. 베이스도 커지다 보니까 성공률도 좋아지고 도루 개수도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3월까지만 해도 8경기 타율 0.353을 기록했던 박해민은 4월 들어서는 타격감이 떨어져 타순도 8번까지 내려갔다. 그는 “4월이 되어서 안 좋다는 건 핑계밖에 안될 것 같다. 실력인 것 같다”며 “타격이 안되면 수비라도 하고 어떻게든 1루에 나가면 도루하고 투수를 흔들고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일단은 최대한 타격이 올라올 때까지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NC 최정원의 17일 주루 역시 승부를 갈랐다.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홈 한화전, 3-3 동점이던 8회말 선두 타자 대타로 나선 최정원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1루로 나갔다. 후속 김주원의 희생번트에 2루로 향하던 최정원은 갑작스럽게 3루까지 내달렸고, 공보다 먼저 베이스를 짚었다.

하늘에 운을 맡긴 도박성 주루가 아니었다. 한화 3루수 노시환이 번트 수비를 하느라 뛰어들었고, 미처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과감하게 달려든 결과였다.

3루까지 진출한 최정원은 후속 박민우의 중견수 뜬공으로 가볍게 홈을 밟았다. 이 점수는 그대로 결승점이 됐다. 볼넷에 번트, 과감한 주루 플레이에 이은 희생 플라이까지. 안타 하나 없이 점수를 냈다. 마무리 이용찬이 9회를 무실점으로 막아 NC는 4-3 승리를 거뒀다.

최정원은 이날 경기 후 “2루로 뛰면서 3루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과감히 뛰어보자고 생각했다”면서 “이종욱 (작전·주루) 코치님이 생각이 많이 들 때는 뛰어보라고 주문을 하셨다”고 말했다. 강인권 NC 감독도 “최정원의 출루, 주루 플레이가 결정적 장면이었다”고 칭찬했다. 더그아웃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강 감독이 ‘와’ 하고 탄성을 낼 만큼, 이날 최정원의 주루는 인상적이었다.

2019년 2차 7라운드(전체 67번) 하위 순번으로 NC 지명을 받은 최정원은 상무에서 군 복무 후 지난 시즌 중반 복귀했다. 올 시즌에는 8경기에 나서 15타수 5안타를 기록 중이다. 대타, 대수비, 대주자로 드문드문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그때마다 인상 깊은 활약으로 NC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홈 KT전에는 모처럼 선발 출장해 몸에 맞는 공 2개 포함 사사구 3개에 안타 2개로 5차례 출루했고 그중 4번 홈을 밟았다.

“스페셜리스트로 팀이 필요한 상황 때마다 기여하겠다”는 게 올 시즌 최정원의 각오다.

잠실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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