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34년 만의 엔저에… 달러 팔고 금·엔화 산다

박슬기 기자 2024. 4. 19.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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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에 미 금리 인하 기대감 낮아져
골드뱅킹·골드바 등 금 투자 몰려
금값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금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중동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전통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이고 있다.

특히 미국 달러화를 팔면서도 일본 엔화를 사들이는 모습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뚫으면서 환차익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저점을 찍으면서 엔화를 싼 가격에 매수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나 17일 기준 563억7800만달러로 지난해 말(629억2900만달러)보다 10.4%(65억5100만달러) 감소했다. 전날 환율 기준으로 원화로 계산하면 4개월여만에 9조11억원의 자금이 5대 은행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이처럼 달러 예금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고환율과 중동 확전 우려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1400원대에 진입하며 2022년 11월 이후 약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70~1380원대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은행 통장에서 달러를 인출해 이를 원화로 바꿔 환차익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해 제5차 중동 전쟁에 대한 우려도 달러 인출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란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에 350발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에 위치한 이란 영사관을 공습한 데 따른 보복 조치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에 재반격을 예고하며 공격 시기와 방식, 수위 등을 두고 고심 중이다.

통상 전쟁 등 대내외 불안이 가중되면 경제주체들은 달러 등 현금을 은행에서 인출해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진다.

이에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에서 국내 은행 리스크 담당 임원(CRO)과 만나 "올해 자금 조달 계획을 재점검하고 선제적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 등을 통해 대외 리스크에 대비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반면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저점을 기록하면서 엔화를 사들이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1조1762억8600만엔로 지난해말(1조1329억9600만엔)과 비교해 3.8%(432억9000만엔) 늘었다. 전날 환율 기준으로 원화로 3857억원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말 100엔당 920원대에 올랐던 원/엔 재정환율이 올 2월부터 다시 800원대로 떨어지자 저점에 엔화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엔화는 지난 17일 뉴욕 시장에서 1달러당 154.45엔까지 하락해 1990년 6월 이래 34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금테크'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한국금거래소에 고시된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44만4000원으로 지난 1월9일 36만6000원이었던 금 한 돈 가격은 3개월 여만에 21.3% 급등했다.

지난 17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6232억원으로 지난해 말(5177억원) 대비 20.4%(1055억원) 증가했다.

골드뱅킹이란 고객이 은행 계좌에 원화를 넣으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따라 해당 금액만큼 금을 계좌에 적립해 준다. 0.0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소액 투자자가 쉽게 금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5대 은행 가운데 골드뱅킹 상품을 판매하는 KB국민은행(KB골드투자통장), 신한은행(신한 골드리슈 골드테크, U드림 골드모어통장), 우리은행(우리골드투자) 등 3곳 뿐이다.

골드뱅킹 뿐만 아니라 실물 금인 골드바를 사들이는 투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17일 기준 5대 은행에서 팔린 골드바는 62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이 지난 2월 66억2000만원, 3월 8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계속 커지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대표 안전자산인 금 투자심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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