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사 난항에 대통령실 자중지란... "제2의 최순실 누구인가"
대통령 메시지 및 인사 등 시스템 사실상 붕괴
"후임 비서실장이 논란 정리, 기강 바로 해야" 요구
서울 용산 대통령실이 총선 참패 후 자중지란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데다 '비선 실세', '특정 라인 주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며 정권 말 레임덕(권력 누수) 상황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사의를 표명한 이관섭 비서실장의 후임 인선을 늦추면서 이 같은 난맥상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르면 19일 발표할 새 비서실장의 면면에 따라 위기가 잦아들지 아니면 혼란이 계속될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국무회의 발언 회의에 핵심 참모들 배제... 인사 메시지도 비선 참모들이 목소리
윤 대통령이 혹평을 받은 16일 대국민 메시지가 단적인 예로 꼽힌다.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총선 패배 이후 사과를 전하고 쇄신을 강조하는 자리였지만 정부 성과를 띄우는 데 주력하느라 '반성' 의미가 퇴색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원고를 다듬었는데, 이 과정에 3명의 극소수 참모만 참여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는 18일 “윤 대통령의 그립이 워낙 강하지만 그간 대통령실 내에서도 여론을 전달하며 쓴소리를 하는 ‘레드 팀’ 역할 수석급 이상 참모들도 있긴 했다”며 “이번 원고 회의 때는 그들 모두 배석을 못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가동하던 참모라인이 배제된 것이다. 대국민 메시지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대통령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다른 참모들을 중심으로 수습에 나서며 우왕좌왕했다.
전날 불거진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하마평 논란도 다를 바 없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의 요직 기용설에 정치권이 들썩이며 혼선을 빚었다. 대통령실은 여러 매체의 보도 이후 “검토된 바 없다”며 단호하게 부인했다. 기존 인사 기사에 대응할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인사들 사이에선 “검토된 건 사실”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실의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지없이 노출된 셈이다.
비서실장 임명 실기에 따른 파장... 심지어 여사 인맥이 '장악' 비판까지
국민의힘에서는 '후임 비서실장 인사의 적기를 놓쳤기 때문'이라며 비판이 잇따랐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나오다가 이번 주까지 왔고, 이번 주도 결말이 안 난다”며 “시간이 갈수록 효과는 반감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 초선의원은 “거론되는 여당 정치인 가운데 누가 최종 낙점이 되더라도 감동을 줄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한탄했다.
그사이 정권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비선 실세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페이스북에 “반성은 없고 흘려보기, 간보기, 위장 협치, 야당 파괴 공작, 그래도 노력을 했다는 꼼수로 결국은 자기 사람 등용하는 사술이 계속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제2의 최순실은 누구인가를 밝혀야 한다. 지금 당장 비선 실세를 밝혀 제2의 국정농단을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건희 여사를 등에 업은 일부 대통령실 인사들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자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내정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여당이신 분들은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 저는 그냥 김건희 여사 라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이 얘기들이 인사 라인이 아니라 홍보기획 라인에서 나온다라는 설이 도는데 홍보기획 라인은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 좀 세게, 구성될 당시부터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정설처럼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여사 측근으로 분류되는 대통령실 참모들이 실명과 함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온라인상에서 간신 몇 인방이니 강경파 몇 인방이니 하는 이야기가 번지는 것 자체가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소한 오늘 윤 대통령이 핵심 참모들을 시켜, 직접 문제가 된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해 징계나 경고를 보내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 게 정상"이라면서 "마치 아무 일이 없던 양 지나가는 모습이 대통령실의 현주소"라고 가세했다.
대통령실 기강 잡을 '센 비서실장' 요구 분출... 늦어도 21일 발표 예상
결국 윤 대통령이 후임 비서실장에 누구를 임명하느냐가 관건이다. 대통령실 내부 기강의 밑천이 드러난 만큼 이를 바로잡을 적임자를 기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진석·장제원 의원과 이정현 전 의원을 비롯한 정무형 스타일의 인사를 놓고 최종 조율이 한창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윤 대통령의 인선 카드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야당과의 가교 역할을 맡을 정무수석에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김선동 전 의원이 여권 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선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다음 주부터 공개 일정을 재개할 예정인 만큼 후임 비서실장은 늦어도 21일까지는 확정될 전망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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