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무거운 전기차 버텨라"...EV전용 타이어 탄생하는 '한국타이어 트로이카'

이상무 2024. 4. 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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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 시대에 걸맞은 타이어 개발 목표
무겁고, 조용하고, 토크 강한 전기차 받아내야
전기차 특성 모두 담은 EV 전용 '아이온' 등장
배경에 '본사-연구소-테스트 트랙' 첨단 인프라
"전기차 전용 타이어에서 선도적 입지 잡았다"
한국 타이어 테스트 트랙 '테크노링' 모습. 한국타이어 제공
이제 커브 성능을 테스트하는 곳에 들어섭니다

17일 충남 태안군 한국타이어 테스트 트랙 '테크노링(TechnoRing)' 소속 드라이버는 이 말을 마치자마자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았다. 기자가 탄 차는 고성능 전기차라 초반에 밀고 나가는 힘이 상당했는데도 타이어가 접지력을 유지한 채 드라이버가 원하는 대로 치고 나갔다.

본격적으로 코너를 돌자 동승자들 모두 몸이 완전히 한쪽으로 쏠렸다. 엄청난 원심력에 섀시도 바깥쪽으로 기울었지만 정작 차는 코너 안쪽을 빠르게 훑으며 빠져나갔다. 이때 타이어는 오히려 섀시가 기우는 각도보다 안쪽에서 버티며 차체를 끝까지 잡아냈다. 한국타이어가 개발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iON)'의 진면모가 발휘된 순간이다.


'마름모 모양' 타이어로 접지력 늘려

한국타이어 전기차 전용 '아이온'의 모습. 이상무 기자

아이온 개발을 앞두고 한국타이어는 새로운 이동 수단 전기차에 완벽히 맞물리는 타이어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가장 먼저 고려한 건 무게였다.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약 30% 무겁다. 만큼 타이어가 버텨야 하는 무게가 증가하고 코너 돌 때 더 강한 접지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타이어 겉모습도 동그라미 대신 바깥쪽으로 넓은 마름모를 택했다. 정문철 한국타이어 PCR모델 프로젝터리더는 "노면과 닿는 면적을 늘려 횡력(중력과 수직인 가로 방향 힘)을 늘리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교차 패턴'으로 초반 토크 강한 전기차 '직선 주행' 유도

한국타이어 전기차 전용 '아이온' 내부에 스펀지 소재가 들어가 있는 모습. 이상무 기자

전기차가 주행 초반에 토크가 매우 강한 점도 중요했다. 정지 상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을 때 힘이 커서 스티어링휠을 잘 조작하지 않으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어서다. 아이온은 타이어 패턴이 힘의 방향과 '교차'하도록 디자인돼 차량이 최대한 직선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또 엔진이 없는 전기차 특성상 타이어 소음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보니 스펀지 소재를 집어넣어 공명음 등을 크게 줄였다.

아이온의 모든 라인업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티유브이슈드(TÜV SÜD)에서 높은 성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사계절용 타이어 '아이온 에보 AS'는 글로벌 경쟁 브랜드 3개로 구성된 비교군 평균치 대비 최대 25%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본사-연구소'의 유기적인 '타이어 개발 첨단 인프라'

한국타이어 본사 '테크노플렉스' 내부 모습. 한국타이어 제공

이런 아이온의 탄생에는 '본사(테크노플렉스)-연구소(한국테크노돔)-테스트 트랙(테크노링)'으로 이어지는 트로이카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①경기 성남시 판교의 본사 '테크노플렉스(Technoplex)'는 글로벌 진출 관련 판매, 마케팅 및 연구개발(R&D)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최종 의사 결정이 이뤄지다 보니 내부는 조직마다 칸막이나 벽으로 나눠져 있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건물 중앙 부분이 뚫려 있어 본사 내 여러 기능이 연결된 느낌을 줬다.

②대전의 연구소 한국테크노돔(Hankook Technodome) 1층에는 타이어 강성, 소음, 소재 배합, 가상 시험을 할 수 있는 실험실이 빼곡히 들어섰다. 특히 재료, 소재 성분 분석을 위해 병원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비슷한 설비와 경쟁사 타이어 모양을 분석할 수 있는 스캔 전용 실험실도 있다. 카이스트 등과 협업도 활발히 한다. 연구원을 위한 기숙사, 한의원, 운동시설, 카페를 갖추고 있는 건 물론이다.

한국타이어 연구소 '테크노돔'. 한국타이어 제공

타이어의 마지막 관문...테스트 트랙 '테크노링'

테크노링 38도 경사 주행로 모습. 한국타이어 제공

세 기관 중 ③테스트 트랙 '테크노링'은 마지막 검증을 맡는다. 축구장 약 125개 크기에 부지 면적 126만 ㎡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코너 코스, 빗길 및 오프로드 환경 등 13개 테스트 트랙을 갖추고 있다. 시속 250㎞ 이상의 고속 주행이 가능한 38도 경사 주행로는 압권이다. 테크노링 담당 관계자는 "관제탑에서 테스트 트랙 조건을 미세 조정해 타이어를 여러 환경에 노출시킨 뒤 평가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한국타이어 부사장(마케팅총괄 겸 경영혁신총괄)은 "최첨단 혁신 인프라와 과감한 투자로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을 선도하는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며 "하이 테크놀로지에 바탕을 둔 혁신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남 대전 태안 =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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