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 사소한 도전부터 시작해야"

권정현 2024. 4. 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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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박 주무관은 1급 지체 장애로, 2013년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9급 경력채용으로 입직했다.

박 주무관은 복지관에서 장애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며 일자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박 주무관은 장애는 '살아가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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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성 척추염' 1급 지체 장애 박찬인 주무관
10년 고립 생활 끝에 공무원 되기까지
"장애인도 차근차근 경력 쌓도록"
15일 세종시 인사혁신처로 출근하는 박찬인 주무관. 인사혁신처 제공

"좋은 아침입니다."

세종시 인사혁신처 인사조직과 박찬인(51) 주무관의 출근길은 조금 느리다. 마주치는 동료들에게는 고개를 숙이는 대신 환한 웃음으로 아침 인사를 대신한다. 박 주무관은 1급 지체 장애로, 2013년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9급 경력채용으로 입직했다. 척추 전체가 대나무처럼 일자로 굳어 움직이기조차 어렵지만 얼굴에는 늘 미소가 가득하다. 박 주무관은 현재 인사조직과에서 계약, 국유재산, 물품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고3에 찾아온 장애... '10년 고립 생활'

박 주무관에게 장애가 생긴 것은 고등학교 졸업 무렵이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허리가 욱신거린다' 고 느낄 정도였는데 통증은 갈수록 심해졌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희귀질환인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으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목뼈부터 엉덩이뼈까지 척추 전체가 굳어버렸고 지체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10년간 집안에 갇혀 지냈다.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굽히는 것은 물론이고 걷기조차 어려웠다. 박 주무관은 "남들보다 5년, 10년 점점 뒤처진다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다행히 고관절을 인공 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이 개발돼 수술 후에는 어색하게나마 걸을 수 있게 됐다.

15일 세종시 인사혁신처에서 책을 읽는 박찬인 주무관. 인사혁신처 제공

박 주무관의 첫 도전은 '운전'이었다. 면허를 딴 뒤에는 일자리도 찾아 나섰다. 컴퓨터를 독학해 서른 무렵 출판사 디자인 일을 시작했다. 2년 후에는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집 근처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새 일자리를 찾았다. 이후 퇴근 후 매일 도서관을 찾아 자격증 공부를 했다. 그렇게 8년 동안 사회복지사, 정보처리 기사, 사회조사분석사 등 20개 넘는 자격증을 땄다. 전국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전자 출판, 컴퓨터 수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박 주무관은 "세상 밖에 나와 하나하나 배울 수 있음에 감사했다"며 "주변에서는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의아해 했지만, 사소한 목표라도 노력해서 이루는 데에 큰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복지관에서 일하며 사회복지사인 지금의 아내도 만났다.

박 주무관은 복지관에서 장애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며 일자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장애인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경력채용에 지원했고, 고용노동부에 입직했다. 고용부에서는 사회적 기업과 장애인을 연계하는 일을 했고, 2016년 인사처로 전입해 장애인 채용제도 업무를 맡았다.


"장애는 살아가는 방식의 하나"

15일 세종시 인사혁신처에서 근무하는 박찬인 주무관. 인사혁신처 제공

박 주무관은 장애는 '살아가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주무관은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었지만, 장애 때문에 좌절하거나 위축된 적은 없다"며 "살아가는 형태와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듯 장애인도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일자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주무관은 "일자리가 있으면 자립할 수 있지만, 일자리가 없으면 국가의 보조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의 자활의지만큼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박 주무관은 "장애인들은 소득이 생기면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 생계 급여를 못 받기 때문에 오히려 일자리를 얻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의 자립의지를 꺾지 않는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주무관은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단기 일자리부터 인턴, 계약직 등 다양한 일자리에 장애인 전형을 만들어 장애인도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소한 도전부터 하나하나 해나가고, 작은 일자리부터 시작해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가는 단계를 밟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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