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환율 1년에도… 반도체 빼면 12개월 연속 무역 적자

김희래 기자 2024. 4. 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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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진 환율 효과… 자동차·철강·유화 업종은 영향 미미
사진=뉴스1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지난 1년간 대체로 1300원대 초·중반을 유지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는데, ‘환율이 높으면 수출 기업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환율이 높으면 외화로 표기되는 한국 제품의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수출 기업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동차·철강 등 일부 업종에선 수출 기업의 제품 판매 전략 변화와 현지 생산 확대 등이 영향을 끼치며 환율 효과가 거의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무역수지는 10개월 연속 흑자 등 겉보기에 좋은 성적이지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지난 1년간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약 319억달러(약 44조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상훈

◇자동차·철강 등은 환율 효과 미미

1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최근 들어 환율에 따른 효과가 거의 사라진 업종으로 꼽혔고, 철강과 석유화학제품 등은 환율 효과와는 무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자동차는 최근 들어 싸게 많이 파는 것보다는 가격을 유지하면서 이익을 늘리는 쪽으로 기업의 전략이 바뀌다 보니 환율에 따라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철강과 석유화학 등의 업종은 시황과 중국산 덤핑 등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환율과 수출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철강제품 수출은 전년보다 8.5% 줄어든 352억달러,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15.9% 줄어든 457억달러에 그쳤다.

해외로 생산기지가 옮겨가며 환율 효과를 보지 못하는 업종도 있다. 국내 대표 수출산업이던 섬유업종은 지난해 수출이 109억달러로 전년보다 11.3% 줄었다. 섬유업종 중에서도 최종 소비재를 만드는 봉제산업은 해외로 이전하고, 국내에서 수출하는 품목은 중간재인 섬유소재에 집중돼 있다 보니 환율에 따른 수출 확대 수혜는 없었다. 해외 현지 생산이 확대되며 수출 품목이 세탁기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으로 제한된 가전 업종도 지난해 수출이 79억달러로 전년보다 오히려 1억달러 줄었다.

◇무역수지 흑자는 ‘반도체 착시’

무역수지에서도 반도체 수출을 빼면 환율 효과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분석한 한국 무역수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68억달러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을 제외하면 같은 기간 약 319억달러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을 제외하면 지난 1년간 월별 무역수지는 모두 적자다. 정부는 무역수지가 지난해 6월 12억달러 흑자로 전환한 이후 올해 3월까지 1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고 있지만, 일종의 ‘반도체 착시 현상’인 셈이다.

무역수지가 흑자 전환한 지난해 6월도 반도체 수지를 제외하면 24억3000만달러 적자가 된다. 올해 3월도 반도체를 포함하면 43억달러 흑자이지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16억3000만달러 적자로 작년 9월(-11억달러)보다 못한 수준이다. 지난 1년간 반도체 업종을 빼고 보면, 수출 호조로 무역수지 흑자가 좋아지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수출 호조를 얘기하지만 실상은 반도체 관련 기업이 잘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수출 추이를 놓고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고환율이 물가자극…내수침체 우려

높은 환율이 수출 증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되레 수입 물가만 올라 내수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도 올라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또 중동 위기 고조로 나타나는 국제 유가 오름세는 물가를 자극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두바이유는 17일 뉴욕상업거래소 기준 배럴당 89.91달러로 1월 2일(75.97달러)보다 18.3% 올랐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2%에서 올해 1월 2.8%로 내려왔으나, 2월과 3월 3.1%로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불안한 국제유가의 움직임과 높은 환율은 내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의 적절한 대응 방안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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