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춤추면 다른 두 명도 따라 해… ‘흥 바이러스’에 빵빵 터져요”

오경묵 기자 2024. 4. 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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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삼남매 키우는 정효식·이윤미씨 부부

지난 15일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 짐이 잔뜩 쌓인 현관과 주방을 지나 들어선 거실 곳곳에 액자가 걸려 있었다. 첫째와 둘째의 첫 1년간 매달 찍은 사진 12장을 하나로 만든 액자와 삼 남매의 돌 사진이 들어간 액자도 있었다. 식구가 늘어날 때마다 찍은 가족 사진도 걸려있었다. 창가에도 액자가 가득하고, 공간이 부족해 걸지 못한 사진도 있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정로운(4)·로하(2)·로희(1) 삼 남매. 아빠 정효식(33)씨는 “부모님이 만든 앨범을 보면 어린 시절이 새록새록 기억나더라. 아이들에게도 순간순간을 모은 그런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정효식·이윤미씨 부부가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부천의 자택에서 삼남매와 함께 놀고 있다. 정씨가 둘째 로하(맨 오른쪽)를 비행기 태우자, 첫째 로운(가운데)은 동생의 발을 만지며 즐거워했다. 로희는 엄마 품에 안겨 있다. /장련성 기자

동갑내기인 정효식씨, 이윤미씨 부부는 2019년에 결혼했다. 5년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릴 때 이씨 배 속에는 첫째 아들 로운(4)이 있었다. 2022년 둘째 로하(2)를 얻었다. 둘째를 낳은 직후 곧바로 셋째 로희(1)를 임신했다. 정씨는 “솔직히 셋 다 준비된 임신은 아니었다”고 했다. “마음 같아선 농구단, 축구단도 만들고 싶었지만, 셋째는 고민이 많이 됐다”고 했다. 경제 사정 등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씨는 “(셋째) 심장 박동 소리를 듣는 순간 무조건 낳아서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들만 둘이던 집에 딸이 생기니 집안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고 한다. 이씨는 “셋째가 딸이라 그런지 애교가 많다”면서 “아들 둘 키우다가 딸을 보니까 그냥 다 예뻐 보인다”고 했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아직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엄마 이씨는 매일 오전 8시쯤 일어나 애들을 챙겨 어린이집에 보내고, 밀린 집안일을 한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정씨의 출퇴근 시간은 다소 불규칙하다. 일이 몰리면 새벽에 나가 밤 늦게 퇴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신 일정을 미리 조정해 어린이집 행사 등에는 꼭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이전에는 지방에 가서 하는 1박 2일짜리 공사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되도록이면 수도권에서 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아빠가 없으면 엄마 혼자 아이를 돌보기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정씨는 “비교적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어서 아이들과 최대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흥이 넘친다. “매일매일이 버라이어티”(정씨)다. 가만히 있다가도 한 명이 흥이 오르면 다른 아이들에게 ‘흥 바이러스’가 전염된다. 한 명이 춤을 추면 다른 두 명도 춤을 추는 식이다. 아빠 위에 차곡차곡 한 명씩 눕는 ‘햄버거 놀이’를 하다 보면 가족 모두 웃음이 터진다. 집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인천대공원이 가족의 단골 놀이터다. 최근 벚꽃이 피었을 때도 온 가족이 인천대공원으로 출동했다. 아내 이씨는 영상과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힘든 점은 없을까. 아이들이 떼를 쓰거나 고집을 피울 땐 ‘내 양육 방법이 맞는지’ 고민이 밀려온다.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난 밤 11시가 되면 부부가 마주 앉아 하루를 정리한다. 연애할 땐 싸우지 않던 두 사람이 아이를 키우며 싸우는 일이 점차 늘자 선택한 방법이다. 두 사람은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 이해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아이는 행복”이라고 말한다. 엄마 이씨는 “친구들에게 두 명은 꼭 낳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고 했다. 하나를 키울 때와 둘을 키울 때의 기쁨과 보람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챙길 때 그야말로 비교할 수 없는 뿌듯함이 몰려온다”면서 “남매가 서로 챙기고 의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런 게 가족이고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빠 정씨는 아이를 낳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으로 ‘첫째가 뜬금없이 ‘사랑해’라고 말했을 때’를 꼽았다. 그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지금도 ‘사랑해’라고 말해줄 때마다 감동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현재 월세로 살고 있지만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하게 되면 스스로 집을 꾸미는 게 정씨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정씨는 “아내가 원하는 대로 흰색 톤에 베이지를 섞어 집을 꾸미고, 아이들과 그 속에서 함께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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