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간접투자, 리츠 활용해 분할매수 고려할만”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4. 4.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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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김열매 코람코자산운용 리서치·전략실장

“국내 주택 시장에는 아직 온기가 약하지만 핵심 상업지역의 사무실·상가는 공실률이 낮습니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라면 주식처럼 상장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해 분할매수를 고려해볼 만한 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열매 코람코자산운용 R&S(리서치·전략)실장은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고금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10월에 국내에 첫 리츠를 만든 부동산 전문 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의 자회사이다. 김 실장은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삼성물산 엔지니어, 현대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NH투자증권의 연구위원과 자산관리 어드바이저를 지낸 부동산 전문가이다.

김열매 코람코자산운용 리서치·전략실장은 인터뷰에서 “부동산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시장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고, 리츠를 이용해 지역과 상품을 다변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김기훈 기자

- 현재 주택 경기 상황은?

“고금리 영향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건설원가가 상승해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주택과 건설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다. 다행히 금리가 고점은 지났다는 인식에 시장이 안정되고 있지만 옥석가리기가 진행중이다. 금리 인하 시점은 불분명하나, 추가 인상이 어렵다고 볼 때 공포 구간은 지나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건설경기 침체는 과거보다 장기화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2008~2013년 침체기에는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최고 17만호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6만호에 불과하다. 지난해 아파트 착공 물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공급 축소는 결국 시차를 두고 악성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공실률 낮은 최우량 사무실

- 사무실과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은 예년보다 줄었다. 하지만 여의도·광화문·강남 등 핵심 상업지구의 프라임 오피스(최우량 사무실)들은 공실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에도 인기가 많다. 한국의 예외적인 상황에 해외 투자자들이 놀랄 정도이다. 코로나 사태 당시 유행한 재택 근무가 미국과 유럽에는 아직 남아 있지만 한국은 거의 없어진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기 지역들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발달된 역세권이고, 신규 오피스가 몰려 있다. 예전에는 스타트업들이 창업하면 작은 빌딩에 입주했는데 지금은 대형 빌딩의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는 경향도 있어서 수요가 탄탄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 꼬마빌딩 등 소형 상업용 건물은?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경매와 공매도 많다. 내수 경기가 좋지 않고 중국인 관광객도 부진해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꼬마빌딩 상가의 수요가 줄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주택 규제가 많아지자 투자자들이 ‘영끌’(영혼까지 담보로 잡히고 빚을 냄)해 꼬마빌딩을 샀는데, 금리 인상 여파로 공실이 많은 상황이다.”

◇부동산 직접투자 대 간접투자

-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주택이나 상가, 사무용 빌딩을 직접 사는 방법, 주식처럼 상장된 리츠·ETF(상장지수펀드)나 건설회사 주식을 사는 간접투자법이 있다. 내집을 마련하는 주택 실수요자의 경우 지금은 매수자가 우위인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이 고점 대비 조정 받은 후 회복중인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의 차이가 좁혀지거나 월세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지역이 유리하다. 다만 금리가 높기 때문에 지나친 대출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가 건물의 경우 현금이 많은 사람은 향후 1년 내에 좋은 자산을 직접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다.”

주택 시장에는 아직 온기가 약하지만 서울 광화문 등 핵심 상업지역의 사무실은 수요가 몰려 빈 공간을 찾기 어렵다. 사진은 2023년 8월 2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뉴스1

- 건설주 투자는?

“당분간은 건설회사들이 수주 부진으로 매출액이 줄어들면서 건설주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전망이다. 우량한 건설 회사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나중에 차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주택, 토목, 건축, 플랜트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어 있고, 재무건전성이 확보되어 부채비율이 낮으며, 우발 부채가 발생할 위험이 적은 회사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리츠를 주목하라

- 다른 부동산 간접투자 방법은?

“은퇴 자금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월세를 받는 상가에 직접 투자하는 것뿐 아니라 배당이 나오는 리츠나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특히 국내 상장 리츠나 ETF는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직접 매매가 가능하다. 일반 주식계좌와 달리 퇴직연금 계좌는 절세 효과 때문에 장기 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꾸준히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상장 리츠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좋다. 다만 리츠도 주식인 만큼 주가의 등락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사기 보다는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한국 뿐 아니라 경기가 좋은 미국과 일본의 부동산에도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고려할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진은 빌딩 숲의 대명사인 미국 뉴욕의 맨해튼./프레드 수(위키피디아)

- 해외 부동산은?

“경기가 좋은 미국과 일본의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면, 해외 리츠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도 좋다. 미국의 최대 상업용 부동산 ETF인 뱅가드 부동산 지수 ETF(VNQ)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분산투자해 꾸준히 배당을 준다. 추후 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리츠의 주가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한국보다 좋지 않고 언제 좋아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올해에는 관심을 갖고 조금씩 매수하다가 금리가 고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본격적으로 사는 전략이 안전하다. 상가나 주택과 달리, 리츠나 ETF는 적은 돈으로 분할매수하면서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라.”

◇자금 조달과 수익원 확인해야

- 리츠 투자시 유의점은?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크게 오르는 상황은 아니지만 우량 리츠는 실물 부동산보다 가격이 대체로 먼저 움직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한다. 다만 저금리 때 장기 대출 받았던 리츠는 자금의 만기가 돌아오면 고금리 대출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수익이 감소하고 배당이 줄어든다. 개별 리츠들이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공시자료를 봐야 한다.

또 건물을 사든, 리츠를 통해 사든, 임차인을 잘 봐야 한다. 예컨대 상가를 사서 병원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병원이 안들어오면 수익률이 하락한다. 건전한 우량 기업이 장기 임차를 하고 있고,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임대료를 올려 받을 수 있는 계약이 되어 있는지 공시자료에서 잘 살펴봐야 한다. 역세권 빌딩, 주유소·편의점·가전매장 등을 보유한 리츠라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AI(인공지능)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는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에 위치한 네이버의 2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서버실 모습. /네이버

- 부동산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싸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코로나 사태 때 급증한 한국의 물류센터가 현재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많이 하락했는데, 최근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가격 매력이 높아진 물류센터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기술의 변화,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AI(인공지능) 등 IT(정보기술) 투자가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했고, 소매업종의 경우 상권의 트렌드가 매우 빨리 바뀐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시니어 하우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겠으나, 변화 속에 기회는 늘 있어왔다. 고금리 장기화에 유의하되 트렌드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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