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경제 수장 “외환시장 긴밀 협의”
한·미·일 경제 수장들이 최근 급격한 원화와 엔화 절하(가치 하락) 우려를 공유하며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사상 첫 3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며 “우리는 기존 G20(20국)의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시장 개입을 꺼리는 미국이 사실상 한국, 일본과 함께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이어서 상당히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강(强)달러 현상에 최근 주요국 통화가 대부분 약세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원화와 엔화는 하락세가 유독 심하다. 지난 16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 넘게 치솟았고,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역시 34년 만에 처음으로 154엔을 돌파했다. 3국 재무장관은 이 같은 원화·엔화의 급격한 절하가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과 괴리돼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의 공동 구두 개입에 고공행진하던 원화와 엔화 환율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3.9원 내린 1372.90원으로 마감했다. 이틀 연속 하락한 것으로, 5거래일 만에 1380원 선 아래로 복귀했다. 이날 달러 대비 엔화 환율도 전날보다 0.02% 하락한 154.36엔을 기록했다.
17일 한·미·일 경제 수장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을 정도로 최근 원화와 엔화 절하 폭은 크다. 글로벌 달러 강세 국면이기 때문에 대부분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두 나라 통화의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올 들어 이날까지 작년 말 대비 원화와 엔화 가치는 각각 7.1%, 8.7% 떨어졌다. 신흥국 통화 가운데 아르헨티나 페소(-6.9%)나 인도네시아 루피아(-5.1%), 인도 루피(-0.4%)보다도 크게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특히 지난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엔 원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더욱 두드러졌다. 이민혁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가 작용한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투매 심리까지 겹쳐 원화가 더욱 약세를 보였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유가 상승 시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올라 공급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중동 지역 위험이 더 크게 반영된다.
엔화는 기록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유로화 등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인데,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34년 만의 최고 수준인 154엔대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 메시지를 시장에 계속 보낸 영향이다. 지난달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내긴 했지만, 추가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엔화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일본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미·일 금리 차가 크게 벌어진 가운데 최근 미국이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것이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 관계자들이 달러당 155엔을 마지노선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그 아래 수준에선 투기 세력이 붙은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올해부터 확대된 세제 혜택으로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활발해진 것도 엔화 약세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의 원화 환율 급등세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 회의에서 “우리 환율이 시장 기초에 의해 용인될 수 있는 수준에서 약간 벗어났다”며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 시장의 환율에 주는 영향은 1년 반 전에 비해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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