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려도 춤추고 노래할 수 있다… 국내 첫 청각장애인 아이돌 탄생

윤수정 기자 2024. 4.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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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장애인의 날 데뷔 ‘빅오션’
4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파라스타 연예기획사에서 한국 최초의 청각장애인 아이돌 그룹 '빅오션'의 맴버 (왼쪽부터) 이찬연, 박현진, 김지석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맴버들이 수어로 '사랑합니다'를 표현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K팝 아이돌 그룹이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데뷔한다. 래퍼 이찬연(26), 메인 보컬 박현진(25), 래퍼 김지석(21)이 멤버인 3인조 보이그룹 빅오션. 소속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도 국내 1호 장애인 전문 연예기획사다.

멤버들이 청력을 잃은 때는 모두 다르다. 김지석은 날 때부터, 박현진은 3살 때, 이찬연은 18살 때 듣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입술을 읽어 말뜻을 알아채는 독순술을 익혔고, 인공와우와 보청기 도움으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수어는 오히려 서투르다. 데뷔를 준비하며 한국 수어(KSL)는 물론 미국 수어(ASL)와 국제 수화(ISL)도 새로 익혔다. 이 탓에 그룹 소개 영상에 “장애인이 수어가 어설프다”는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아이돌 데뷔 전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들었다. 셋은 모두 직업이 있었기 때문. 이찬연은 고려대 안암병원 청능사(난청 검사와 재활 전문가), 김지석은 서울시 장애인스키협회 선수, 박현진은 장애인 일상을 담은 콘텐츠로 인기를 끈 유튜버였다. “안정적인 직업을 계속하지 왜 위험을 감수하느냐”는 말이 많았지만 “남들이 정한 틀을 벗어나 꿈을 떳떳하게 펼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석은 “청각장애인이니 몸으로 하는 일, 기술 배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게 고민과 상처도 됐지만 정말 사랑하는 직업을 택해야 공허한 마음이 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습생으로 2년간 훈련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메인 보컬인 박현진은 “입으로 내는 소리를 음계로 측정해주는 휴대전화 앱을 켜놓고, 한 음 한 음 귀가 아닌 배 근육 느낌으로 외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안정한 소리는 멤버들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AI(인공지능)의 후보정 기술 도움을 받아 녹음했다. 선배 아이돌 노래로 기본기를 익힌 춤은 박자 맞추기가 어려웠다. 손목에 진동으로 박자를 맞춰주는 스마트워치, 8박자를 깜빡이는 빛으로 표시해주는 모니터 도움을 받았다. 지역 음악 축제 행사를 뛰며 연습했고, 시끄러운 소리가 섞인 곳에선 어떻게 대처할지 감각을 익혔다. 지상파 음악방송을 유튜브로 수백 번씩 돌려보며 카메라 위치와 무대 구조를 외우기도 했다.

데뷔곡은 1세대 아이돌 H.O.T의 ‘빛’을 리메이크했다. 안무에는 수어를 접목했다. 멤버 박현진은 “빅오션이라는 그룹 이름처럼 우리의 활동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와 편견을 뛰어넘는 큰 바다가 됐으면 좋겠다”며 “평범한 아이돌인 줄 알았는데 장애가 있었네, 그래도 멋있다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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