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넘쳐나는 암스테르담 “호텔 더 안 짓겠다”

유재인 기자 2024. 4.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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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과잉 관광’ 대책 마련
지난해 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등이 위치한 일대가 밤늦게까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유흥을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치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암스테르담 시 당국은 지역 내 신규 호텔을 짓지 못하도록 규제하기로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구촌 곳곳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이른바 ‘보복 관광’이 이어지면서, 유명 관광지가 있는 도시마다 과도한 인파가 몰려 물가가 오르고 주거 환경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관광객을 줄이기 위해 각종 명목으로 ‘관광세’를 걷으려는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로 그만 와 달라”는 현지 주민들의 여론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관광업을 적극 육성해온 도시들에서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확산될 경우 향후 관광객이 감소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7일 로이터에 따르면, 네덜란드 수도인 암스테르담시는 더 이상 신규 호텔을 짓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시(市)는 “도시를 주민과 방문객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유지하고자 한다”며 ‘과잉 관광’에 대응하기 위해 관광객의 연간 호텔 숙박 횟수를 2000만 건 이하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암스테르담에서 신규 호텔은 다른 호텔이 문을 닫는 경우에 한해 허가된다. 다만 이미 허가를 받은 신규 호텔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13일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에서 한 여성이 '관광객(guiri)은 집에 가라' 라고 쓰인 벽을 지나가고 있다. 카나리아제도는 최근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한 피해로 주민들이 단식 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로이터

이와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들어오는 유람선의 수를 지난해 2300척에서 2028년까지 절반 수준인 1150척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 조치로 관광객 27만 명이 감소해 연간 7350만 유로(약 1000억원)의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지만, 이 역시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힙한 도시’로 손꼽히는 암스테르담은 운하, 자전거, 박물관과 미술관 등으로 유명하다. 한편 네덜란드는 매춘이 합법이어서 홍등가가 들어서 있고 ‘마약 관광’이 빈번하다고도 알려져 있다. 밤마다 소란스러운 파티가 열리고 치안이 불안해지면서 현지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해왔다. 이에 당국에서도 마약, 매춘 등 목적의 관광을 억제시키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시행해왔다.

다른 국가들도 관광객이 몰리면서 쓰레기가 쌓이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4일 이탈리아의 대표적 관광 도시 베네치아에서는 당일치기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25일부터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관광객 중 숙박 시설에서 1박 이상 머무르지 않는 사람은 도시 입장료 5유로(약 7000원)를 지불해야 한다. 베네치아에서는 오는 6월부터 단체 관광객의 규모는 25명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에어비앤비’ 등 현지 주택이 숙소로 전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현지 주민들의 주거비가 상승하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 종료 이후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이에 유럽 여러 도시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다양한 명목으로 걷는 ‘관광세’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영국 맨체스터, 스페인 발렌시아와 바르셀로나 등이 신규 관광세를 도입하거나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뿐 아니라 부탄,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발리 등도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최근 관광세 신규 도입과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는 지난달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징수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오사카는 이미 지역 내 호텔 등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내·외국인을 상대로 소정의 비용을 걷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도쿄도와 디즈니 리조트가 있는 지바현 우라야스시 등도 숙박세 인상안 논의에 착수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17일 발표한 3월 방일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총 308만1600명으로, 월간 기준 첫 300만 명을 넘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이 66만310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대만(48만4400명), 중국(45만2400명) 순이었다. 지난 한 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2507만 명 중 한국인은 28%(696만명)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관광세’ 등 규제를 섣불리 도입했다가 자칫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3470만 명이며, 지중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약 15%가 관광으로 창출된다. 아담 블레이크 본머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유럽 상당수 도시에서) 관광업이 수십 년 동안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돼 왔다”며 “관광업이 제공하는 많은 일자리와 높은 급여를 대체할 만한 산업을 갖고 있지 못한 도시들이 상당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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