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점거자’와 전쟁 치르는 美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4. 4.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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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들어와도 법으로 보호받아 못 쫓아내다보니 살인까지 발생
최근 미국은 빈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점유권을 주장하는 스쿼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윤주헌 특파원

지난달 말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커다란 가방에 든 52세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뉴욕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앞서 사망한 자신의 어머니 소유 아파트를 관리하러 갔다가 집을 무단으로 점거한 사람들을 마주친 뒤 희생됐다. 사람들이 어떻게 집에 들어가게 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스콰터(squatter) 문제가 심각하다. 스콰터는 무단으로 빈집에 들어간 후 나가지 않고 버티는 불법 거주자를 뜻한다. 스콰터가 가능한 것은 각 주(州)에서 이들을 막무가내로 쫓아낼 수 없도록 법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뉴욕은 30일 이상 거주하면, 집주인이 퇴거법에 따른 절차를 밟은 뒤 내보내야 한다. 그전에는 해당 집의 소유주라고 해도 자물쇠를 변경하거나 무단 점거자의 소지품을 마음대로 치울 수 없다.

이런 권리는 영국의 재산법에서 유래했다. 버려진 부동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세입자가 적절한 통지 없이 쫓겨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빈 토지를 어떤 사람이 사용해왔는데, 수십년 후 누군가 ‘토지 소유자의 후손’이라며 나타나 나가라고 하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이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빈집에 몰래 들어와 살면서 매춘이나 마약을 하는 등 범죄 장소로 삼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는 유명 셰프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을 무단으로 점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각 주에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지아주에서는 무단 점거를 형사상 불법 침입죄로 규정해 사건 발생 즉시 경찰에 맡기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플로리다는 보수 성향의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난달 말 미국 주 가운데 처음으로 스콰터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뉴욕주 상·하원에서도 주거침입죄에 무단 점거를 추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이를 해결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있다. 바이든은 “지역의 문제이며 지역의 공무원들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연방 문제가 아니라 각 주의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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