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삐끗’했습니다

경기일보 2024. 4.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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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길 동두천 샘물교회 담임 목사•협성대 객원교수

얼마 전 아무 생각 없이 무거운 것을 드는데 허리에 ‘삐끗’함을 느꼈다. 순간 생각했다. “아?또!”

나는 오래된 허리디스크 환자다.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퇴행성 디스크를 가지고 살았다. 그래서 이 ‘삐끗’을 수없이 경험했고 고생도 많이 했다. 허리 병이 도질 때 시작되는 증세가 바로 ‘삐끗’이다. 그런데 ‘삐끗’하는 데는 0.1초도 안 걸리는 것 같다. 그런데 그 후유증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 달이나 간다.

우선 허리가 뒤틀어지고 허리 균형이 안 맞으니 다리를 절게 되고 허리를 쓸 수 없어 팔을 주로 사용하니 팔과 어깨 목까지 아파 오고 아픈 허리 쪽을 안 쓰려고 하니 나중에는 반대쪽까지 아프고 자다가 뒤척이다 통증이 오면 잠을 깨기 다반사니, 일상의 질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처음엔 허리의 작은 문제가 온몸 전체로 그리고 삶 전체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게 정말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삐끗’ 때문이다. 그런데 ‘삐끗’의 원인 대부분은 ‘방심’에서 온다. 방심(放心)은 말 그대로 마음을 놓아버린다는 말이다.

허리 병 환자들에게 의사 선생님이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구부정하고 어정쩡한 자세는 허리에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물건 들 때는 꼿꼿이 허리를 펴고 해야 하고 세수할 때조차도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충고도 그때 뿐이다. 살아가면서 수없이 방심하다가 ‘삐끗’하고 ‘고생’하고 ‘후회’한다. 이번에도 방심하다 ‘삐끗’했고 일주일 넘게 고생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 주변에 ‘삐끗’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유명인들의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내가 그분들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도 순간 방심하다가 삐끗했을 것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 제자들도 ‘삐끗’했다. 돈에, 배신감에, 자만심에, 공포심에....

그런데 어떤 이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회복했고, 어떤 이는 자기 생각에만 빠져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했다.

성경 에베소서 4장 27절에 바울 사도는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고 한다. 영어로는 “and do not give the devil a foothold.”, 즉 “마귀(악)에게 발 디딜 곳조차 허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방심하지 말자”, “바른 자세로 살자”. 이번 허리 병을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다짐이다. ‘삐끗’은 순간이지만 그 후유증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도 없고 장담할 수도 없다.

잘 쉬고 치료하면 몸도 회복되듯이 살아가면서 우리가 영적으로도 회복할 기회가 있다는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다.

인생은 수없는 갈림길 앞에서의 선택의 연속이다. 처음에 시작점은 같을지라도 불과 몇 분만 걸어가다 보면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는 것이 선택의 결과다.

“악인은 그의 길을, 불의한 자는 그의 생각을 버리고 여호와께로 돌아오라. 그리하면 그가 긍휼히 여기시리라. 우리 하나님께로 돌아오라. 그가 너그럽게 용서하시리라.”(이사야 55:7)

예언자 이사야는 당시 절망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나님의 회복과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며 바른 길로 돌아오길 촉구했다.

지나간 ‘삐끗’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의 ‘회복’이다. 결국 사람은 오늘을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방심하지 말고 삐끗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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