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 1위’ ASML 순익 37%-수주 61% 급감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4. 4. 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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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칩外 반도체 회복 지연 우려

세계 반도체 노광장비 시장을 거의 독점해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이 1분기(1∼3월)에 ‘어닝 쇼크’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인공지능(AI) 열기가 ‘반도체의 겨울’을 녹이고 있지만 AI 칩 외 전반적인 업황 회복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SML은 18일(현지 시간) 1분기 매출은 52억9000만 유로(약 7조7800억 원), 순이익은 12억2000만 유로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1.6%, 37.4%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신규 수주액은 전 분기 대비 61% 줄어든 36억 유로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54억 유로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삼성전자나 TSMC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미래 반도체 수요를 예측해 장비를 구매한다. 이에 업체들이 신규 장비 주문을 미룬 것은 여전히 반도체 재고가 쌓여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AI 칩에 대한 뜨거운 수요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모바일용 칩 등 전반적인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AI 훈풍’ 탄 TSMC 깜짝실적… 반도체 장비 ASML은 아직 ‘겨울’

AI外 모바일-PC 반도체 회복 느려
일각 “반도체의 봄 멀어질수도”
ASML 어닝쇼크에 관련株 줄하락
“메모리 반도체 등 재고 아직 쌓여”

“인공지능(AI) 칩은 수년 동안 TSMC 매출 성장의 가장 강력한 드라이브가 될 것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 웨이저자(魏哲家)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 시간) 1분기(1∼3월) 실적 발표회에서 “AI 칩 수요는 매우 뜨겁고, 전통적인 서버 수요는 여전히 낮다”며 이같이 밝혔다. TSMC는 이날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1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도 1분기에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데 이어 TSMC의 강력한 실적은 ‘반도체의 겨울’을 밀어내는 AI 훈풍을 분명히 보여줬다.

문제는 모바일과 PC 칩 등 전통적인 부문에서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1분기 실적 부진도 이를 시사했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미래 수요를 예측해 장비를 구매하기 때문에 ASML의 신규 수주액은 반도체 업황을 선행적으로 보여준다. TSMC는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산업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 이상’에서 ‘10% 수준’으로 조정했다.

● ‘반도체의 봄’ 부른 AI발 훈풍

TSMC는 이날 1분기 매출이 5926억4000만 대만달러(약 25조2000억 원), 순이익이 2254억9000만 대만달러(약 9조6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5%, 8.9% 증가한 수치로 반도체 침체가 본격화된 202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성장률이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도 소폭 상회했다. TSMC의 주요 고객인 애플의 부진에도 또 다른 고객 엔비디아발(發) AI 칩 열기가 깜짝 실적을 이끈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를 시작으로 올해 실적이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웨이 CEO는 “반도체의 전반적인 수요가 갑자기 반등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주도하는 반도체 신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파운드리도 뒤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은 AI 수요가 계속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이뤄지고,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고용량 낸드 플래시 등의 수요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시장에 선행하는 장비 수요는 주춤

TSMC 실적 발표는 전날 유럽에서 ASML의 ‘어닝 쇼크’ 이후 나온 것이다. 1분기 신규 수주액은 36억1000만 유로(약 5조2900억 원)로, 시장 전망(54억 유로)을 크게 밑돈 것은 물론이고 전 분기보다 61% 감소했다. 특히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주문은 전 분기의 56억 유로에서 6억5600만 유로로 급감했다.

대니얼 오리건 미즈호 시큐어리티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와 TSMC가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등에 쓰이는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고 있어 신규 (EUV 장비) 주문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의 봄은 왔지만 아직 여름까지는 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업체들의 감산 등으로 메모리 가격이 오르며 업황이 회복기에 들어섰지만, 아직 수요가 강하지 않아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과 고금리 장기화 속에 ASML의 부진한 실적까지 더해져 이날 엔비디아(―3.87%), ARM(―11.99%), AMD(―5.78%) 등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TSMC발 AI 칩 훈풍 소식에 삼성전자(+0.89%)와 SK하이닉스(+2.01%)는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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