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극단 유가족들 “무대가 우릴 일으켜줬다”

장윤 기자 2024. 4. 1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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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연극, 다음달 공연 앞둬
“자식 잃고 홀로 버려진 기분
함께 연기하면서 위로받아”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단원들이 <그와 그녀의 옷장> 3장을 연습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 권순범군 어머니 최지영씨, 고 최윤민양 어머니 박혜영씨, 고 정동수군 어머니 김도현씨, 장애진양 어머니 김순덕씨./장윤 기자

지난 15일 오후 2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4·16가족협의회의 한 컨테이너.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모인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단원들이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는 5월 공연할 ‘그와 그녀의 옷장’ 대본을 읽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옷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내용이다. 박유신(52)씨와 이미경(61)씨는 극 중 서로를 향해 발차기하는 장면을 연습하다 웃었다. 조폭 역할을 맡은 최지영(60)씨가 돌려차기에 성공하자 단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노란리본 단원들의 연극 연습은 지난 2015년 3월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 가족들에게 바리스타 수업을 해주던 강사가 “가족들의 상처가 깊어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며 연극을 권했다고 한다. 단원고 학생 고(故) 정동수군의 어머니 김도현(50)씨는 “세월호 참사로 동수를 잃고 세상에 혼자 있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무대에 서 보니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아프다는 걸 알겠더라”며 “남편과 딸에게 신경질을 내며 상처를 줬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했다. 이들의 첫 공연은 2016년 7월 단원구노인복지회관에서 열렸다. 김씨는 “연극을 한다고 해서 아이가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버텨내는 힘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고 최윤민양의 어머니 박혜영(61)씨는 “처음 연극을 시작할 무렵 연출가가 ‘어머니들을 웃게 해 주고 싶다’고 말해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었다”며 “내가 다시 웃을 줄 몰랐는데 연극을 하며 다시 웃기 시작했다”고 했다. 박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연극은 슬프고 무거울 것 같다고 꺼리던 사람들도 연극을 관람한 뒤에는 ‘울림이 있으면서도 코믹하다’고 만족하신다”고 했다. 이들의 공연은 9년째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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