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플러스+] 화마 휩쓴 자리 상흔 여전… 기약 없는 책임 규명·보상

이연제 2024. 4. 19. 0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작년 4월11일 강릉 난곡동 야산 산불
감정 결과 수목 전도 따른 전선단락 발화
이재민 551명·재산피해 274억원 발생
117세대 여전히 임시조립주택 거주
시, 산림 조림·시설물 개건 안간힘
화재 과실여부 수사 결론 없이 장기화
한전 “규정 따라 전선 설치, 잘못 없어”
비대위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 제기
▲ 강릉 경포 일대 산림이 벌채된 모습 사진제공=강릉시

지난해 4월 강릉시 경포동 일대를 집어삼켰던 도심형 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날의 상흔은 아물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11일 오전 8시 30분 쯤 강릉시 난곡동 한 야산에서 수목 전도에 따른 전선단락으로 발화해 경포동 일대로 번지면서 전례없는 도심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는 도내 발생한 대형산불 중 가장 큰 규모의 도심형 산불로 꼽힌다. 당시 순간 최대풍속 초속 30m에 달하는 태풍급 강풍을 타고 미처 손쓸 틈도 없이 확산해 총120.7㏊의 산림이 소실됐고 274세대 551명의 이재민과 274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게다가 강원도 유형문화재 50호인 방해정 일부가 불타고, 비지정문화재인 상영정이 전소됐다. 시뻘건 불길 속 모두가 아비규환이었던 그날로부터 1년이 지난 현 상황을 짚어본다.

▲ 지난해 4월 11일 강릉시 경포동 일대 발생한 도심형 대형산불이 진화된 직후 건물과 차량 등이 불에 그을린 채 뼈대만 남아있는 모습이다.

■ 아물지 않은 상처 ‘쓰라림’

산불 발생 1년이 흐른 4월 화마가 휩쓸고 간 경포동 일대 현장은 울창했던 소나무림은 사라지고 벌거숭이가 된 채 잘린 나무 밑동만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경포 펜션 밀집촌 등을 비롯해 피해 현장 곳곳에는 텅빈 부지에 임시조립주택이 들어섰거나 일부 부지에서는 주택과 펜션 등 복구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1년 동안 강릉시 등은 대형산불의 흔적을 복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지만 온전한 모습을 되찾기는 역부족이었다. 아직까지 약 87㏊의 소나무 등이 벌채됐고, 이재민 117세대(124동)가 임시조립주택에서 머물며 힘든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재민 중에는 고령층이 많은데다 고금리 여파로 복구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 산불로 강원도 유형문화재 50호인 방해정 일부가 불에 타 현재 복구 작업 중이며, 비지정문화재인 상영정은 전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강릉시 경포호 인근에 설치됐던 비지정문화재 상영정이 지난해 4월 11일 발생한 경포산불로 전소됐다. 해당 사진은 상영정이 불타고 있는 모습.

■푸르름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

강릉시는 하루빨리 이재민들과 산림 등이 제 모습을 찾길 바라며 복구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조림복구를 위해 48.18㏊의 산림에 해안가로는 해송 및 벚나무를 식재하고, 내륙으로 갈수록 소나무 및 산수유, 산벚나무, 밤나무 등 활엽수를 심고 있다. 이는 산불 발생 시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숲으로 복구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산불피해지 내 산사태 예방을 위해 산림소유자 동의를 거쳐 오는 6월 30일까지 산지사방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 4·11산불의 주원인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송·배전선로 주변 위험목 제거사업을 시행하는 등 관리강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 역시 복구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포동 주민들은 지난 달 28일 제79회 식목일을 맞아 산불피해지인 안현동 산62-1번지 일원에서 열린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해 산림의 기능을 회복하고 또다시 대형산불이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했다. 전제용 산림과장은 “이달 말까지 2024년 산불 특별대책기간을 설정·운영하고 있다”며 “지난해 도심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만큼 산불 예방을 위해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경포동 주민들은 지난 달 28일 제79회 식목일을 맞아 산불피해지인 안현동 산62-1번지 일원에서 열린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했다.

■ 1년째 수사 중 끝없는 기다림 이재민 ‘답답’

현재 강릉시 산림특별사법경찰에서 경포산불 관련 한전의 과실 여부를 수사 중이다. 사법 경찰은 산불 발생 이후 한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으나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수사는 장기화 되고 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모두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의한 전선 단선’이라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한전 측은 한국전기설비규정에 따라 전선을 설치한 점을 들어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최근 수사 결과를 기다리다 지친 강릉산불 비상대책위원회는 결국 지난 3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차 소송인단은 35명으로, 비대위는 향후 최종 소송인단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법원 감정평가를 거쳐 구체적인 손해배상액 규모를 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 지난해 4월 11일 화마가 휩쓸고 간 경포동 일대 현장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나무 등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있다.

최양훈 강릉산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여름 한 차례 한전 강릉지사로부터 사과를 받는 자리가 마련됐지만 그때 뿐이었고, 이후 이재민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 등 관련 이야기는 일절 없었다”며 “수사결과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제자리 걸음이라 답답한 마음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발화 원인이 전선 단선에 의한 것인 만큼 한전이 반드시 책

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제

 

#플러스 #강릉시 #이재민 #경포동 #도심형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