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기술력, 세계 3위...증설효과로 매출도 톱5 초읽기”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4. 4. 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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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테크노돔·테크노링 가보니
완성차 업계 가상개발 보편화
부품사도 가상으로 개발·검증
“타이어는 빅데이터 결정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테스트트랙 ‘한국테크노링’에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을 장착한 차량이 기울어진 코스를 달리고 있다. [한국타이어]
지난 17일 찾은 충남 태안군 소재 ‘한국테크노링’. 축구장 약 125개 크기(126만㎡), 아시아 최대(세계 3위) 규모로 조성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테스트 트랙에선 ‘페라리 488’ ‘아이오닉5 N’ 등 고성능 자동차를 이용한 타이어 성능 시연이 한창이었다. 8기통 엔진의 굉음을 내뿜는 내연기관 슈퍼카와 최고 650마력으로 질주하는 고성능 전기차는 구불구불하고 기울어진 길에서도 거뜬히 주행했다. 차마다 네 바퀴에는 한국타이어 제품을 장착했다.

타이어를 개발할 때 시제품이 테스트 트랙 지면에 닿기 직전까지 타이어사는 가상공간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대전 유성구 소재 한국타이어의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한국테크노돔’ 내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센터’는 레이싱 게임장을 옮겨 놓은 듯했다. 시뮬레이터를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데이터는 서킷·차량·탑승자·타이어 등 4개 항목이다. 실제 트랙에서 타이어가 얼마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예측하는 게 시뮬레이션 목표다.

자동차 산업에서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한 차량 개발 방식이 확대되면서 타이어 업계에서도 빠르게 변화가 일고 있다. ‘타이어는 빅데이터 결정체’라고 여겨지는 오늘날 타이어사의 기술 경쟁력은 가상공간에서 측정한 타이어 성능과 실제 트랙에서 검증한 성능 간 격차를 최소화하는 데서 나타난다.

신차용 타이어(OE) 제품 기획이 가상공간에서 시작한다는 게 단적인 사례다. 완성차 기업의 요구 수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타이어사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료 배합, 타이어 구조, 패턴 형상 등의 최적치를 찾는다. 이후 가상의 타이어가 가상의 신차 성능을 온전히 구현할 수 있도록 타이어사는 시뮬레이션을 거듭한다. 과거에는 타이어사가 완성차 제조사에 시제품만 수차례 보내며 수정 작업을 반복했지만, 이제는 조율 작업 대부분을 모의시험으로 해결하고 시제품 실물은 개발 막바지 단계에 보낸다.

한국타이어는 완성차 업계에서 가상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2018년 당시 ‘데이터 주도의 R&D’를 표방하며 변화에 나섰다. 데이터베이스(DB)에 축적된 데이터 중 쓸모없는 데이터를 걸러내고, 정제된 데이터로 AI를 학습시켰다. AI 도입 이전까지는 모의시험 결과와 실제시험 결과 간 차이가 컸지만, 이제는 시뮬레이션의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3사’라는 경쟁 구도를 넘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 타이어 기업들을 경쟁상대로 꼽고 있다. 구본희 한국타이어 연구개발혁신총괄 부사장은 “기술력만 놓고 보면 한국타이어는 세계 3위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경쟁사 제품과 비교분석을 해보면, 한국타이어 제품은 가벼우면서도 차량의 성능을 잘 받쳐준다. 품질뿐 아니라 가상개발 분야에서도 한국타이어는 완성차 제조사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은 OE 시장에서 한국타이어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구 사장은 “예전에는 완성차 기업들을 쫓아다니면서 한국타이어 제품을 써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완성차 기업에서 ‘한국타이어 제품을 쓰고 싶다’고 먼저 공동개발을 제안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포르쉐 타이칸, 테슬라 모델Y, 아우디 A6 e-트론, BYD 송맥스, 기아 EV3 등 17개 차종에 OE용으로 공급하고 있거나, 공급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한국타이어는 전체 OE 매출에서 아이온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5%에서 2030년 7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앞으로 3년 내에 매출 기준으로도 글로벌 톱5 타이어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박정호 마케팅·경영혁신총괄 부사장은 “현재 한국타이어 매출은 세계 7위지만 미국·헝가리에서 증설하는 물량이 매출로 이어지면 2027년경에는 세계 5위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7년 증설 공사가 완료되면 연간 1억200만개 수준인 한국타이어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1억830만개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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