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은 투수라고 계속 되뇌였다” 14실점 악몽 극복한 더거, 데뷔 첫 승 날아갔지만 최고의 피칭 [오!쎈 인천]
[OSEN=인천, 길준영 기자] 프로야구 SSG 랜더스 로버트 더거(28)가 아쉽게 데뷔 첫 승리를 놓쳤지만 한국에 온 이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더거는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회초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경기를 시작한 더거는 2회 선두타자 최형우의 타구를 잡지 못해 1루로 내보냈다. 이 타구는 더거의 포구 실책으로 기록됐다.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더거는 이우성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해 선행주자 최형우를 잡았다. 서건창에게는 안타를 맞았지만 한준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3회 다시 삼자범퇴를 기록한 더거는 4회 선두타자 김도영에게 안타를 맞은 더거는 최형우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소크라테스는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2루주자 김도영이 진루해 1사 1, 3루가 됐고 이우성의 3루수 땅볼에 김도영이 홈까지 들어와 한 점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2사 2루에서 서건창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5회 선두타자 한준수에게 2루타를 맞은 더거는 이창진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이어서 박찬호는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최원준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 이닝을 끝냈다. SSG가 5-1로 앞선 6회에는 조병현과 교체돼 이날 등판을 마쳤다. SSG는 6회 5-5 동점을 허용해 더거의 승리가 날아갔지만 결국 7-5로 승리하고 주중 3연전 위닝 시리즈를 챙겼다.
투구수 81구를 기록한 더거는 투심(32구), 슬라이더(14구), 직구(13구), 커브(12구), 체인지업(8구), 스위퍼(2구)를 구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0km를 찍었고 투심도 148km가 나왔다. 타자들을 구위로 찍어누르는 투구는 아니었지만 다양한 구종으로 타이밍을 뺏으며 5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더거는 지난 6일 NC전에서 최악의 투구를 했다. 3이닝 12피안타 4볼넷 3사구 4탈삼진 14실점(13자책) 패전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최다실점 타이를 기록했다. 더거는 2회가 끝난 뒤 덕아웃에서 울먹이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12일 KT전에서도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 패전으로 고전했다.
최악의 부진 이후 최고의 투구를 보여주며 반등에 성공한 더거는 아쉽게 첫 승리를 기록하는데는 실패했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피칭을 했기 때문에 괜찮다. 팀이 승리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좋다”라고 팀 승리에 기뻐했다. 이어서 “KIA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타자들이 많았다. 초구부터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으면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이날 경기 플랜을 밝혔다.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교체된 더거는 “물론 한 이닝을 더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감이 차있는 상태에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의 의견대로 마운드를 내려왔다”라고 교체 상황을 돌아봤다.
SSG는 이날 1회 한유섬의 투런홈런과 2회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스리런홈런으로 빠르게 5점을 뽑았다. 덕분에 더거는 좀 더 편하게 투구를 할 수 있었다. 더거는 “확실히 타자들이 경기 초반에 점수를 내주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던질 수 있었다. 덕분에 공격적으로 투구룰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라고 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6일 NC전은 더거에게 아픈 기억이다. “아마 내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좋지 않았던 경기일 것이다”라고 말한 더거는 “야구는 실패의 스포츠라는 점을 스스로 계속 생각하려고 했다. 어떨 때는 나쁜 날도 있지만 또 어떨 때는 좋은 날도 있는 것이다”라고 최악의 투구를 극복한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했다.
NC전에서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더거는 “울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경기가 끝나고 멘탈적으로 많이 지쳤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정말 알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내가 좋은 투수라는 점을 계속 생각해야했다. SSG가 왜 나를 데려왔는지를 생각하고 다시 좋은 투구를 해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한국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는 더거는 “한국은 아기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것이 잘 되어 있어 좋다. 내가 야구장에서 있어도 아내와 아이가 함께 놀 수 있는 환경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다”라며 한국 생활에 만족을 표했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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