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나리]여야, 22대 국회서 공약의 최대공약수부터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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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내 삶이 나아져야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바뀐다. 후보 개인기는 플러스마이너스 5%, 공천은 잘해봐야 한 자릿수, 공약은 아무리 잘 내도 소수점 단위다."
여야가 선거철에 반짝 간이며 쓸개며 빼줄 것처럼 내놓은 공약들은 대체로 휴지 조각이 되곤 했다.
여야가 이번 총선에서 공통으로 내세운 '간병비 급여화'와 '경로당 주 5일 이상 점심' 공약은 이미 각각 2년 전, 4년 전에 관련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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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국민의힘 핵심 인사에게 선거 국면에서 지지율을 변화시키는 요인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한 날 앞다퉈 저출생 공약 보따리를 푼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의아했다. 여당 대표가 택배 사원 복장을 하고 맞춤형 공약을 배달하겠다며 잔뜩 힘을 주는데도 공약은 미미한 변수에 그친다는 분석이 기만처럼 들렸다.
총선이 끝나고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여야가 경쟁하듯 내놓은 공약들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야당이 압승했으니 아파트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는 물 건너가는 셈인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은 진짜 받을 수 있는지, 국민의힘 후보가 약속한 집 앞 지하철역 신설은 물거품이 되는지 당장 온라인 댓글과 커뮤니티만 봐도 질문이 쏟아진다. 소수점 단위의 변수라기엔 후폭풍이 크다.
여야가 선거철에 반짝 간이며 쓸개며 빼줄 것처럼 내놓은 공약들은 대체로 휴지 조각이 되곤 했다. 지는 당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이긴 당 또한 비난만 감수하면 안 지켜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4년 동안 일 안 하는 국회가 선거 후 하루아침에 개심할 리도 만무하다. 여야가 이번 총선에서 공통으로 내세운 ‘간병비 급여화’와 ‘경로당 주 5일 이상 점심’ 공약은 이미 각각 2년 전, 4년 전에 관련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런 법안들을 포함해 회기가 6주 남은 21대 국회에 전체 계류 법안만 18일 기준으로 1만6351개다.
빛을 못 본 공약들은 4년 뒤면 포장지만 바뀌어 재탕된다. 민주당이 4년 전 제안했던 국회 세종시 이전이 2024년판 국민의힘 ‘완전 이전’ 공약으로 재탄생되는 식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는지 여야가 발표한 공약집엔 닮은꼴 공약도 있다. 3040 표심을 노린 ‘늘봄학교 전면 확대 및 무상화’(국민의힘)-온동네 초등돌봄 도입(민주당), 육아휴직 혜택 확대가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에선 경부선·경인선 고속도로, 민주당에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까지 덤으로 붙인 철도 지하화도 빼놓을 수 없다. 첨단산업 지원 분야에선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인프라 지원(국민의힘)-반도체 생태계 허브 구축(민주당) 등도 있다. 주파수가 맞았으니 여야가 합심해서 ‘하면 될 일’들이다.
여야가 특검법 줄다리기만 하지 말고 5월 국회부터 머리를 맞대고 최대공약수부터 찾아봤으면 한다. 멀리서 협치를 찾지 말고 선거 때 제안했던 공통 공약과 관련해 미뤄둔 법안부터 처리해 보라는 이야기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은 즉시 협조하길 바란다”는 야당의 겁박이나 “거야의 폭주 때문에 발목 잡혔다”는 여당의 타령은 피로감만 부추길 뿐이다. 유권자들이 좋은 공약으로 내 삶이 더 나아졌다는 효능감을 경험하면 ‘공약만으론 미세 변화밖에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부디 4년 뒤엔 서로 이 공약을 실천했으니 평가해달라는 선거를 치를 수 있었으면 한다. 약속은 할 때보다 지킬 때 의미가 있다.
신나리 정치부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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