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꽃 사온 아들을 쇠자로”…판사도 울먹였다
[앵커]
초등생 형제를 1년여 동안 상습 학대한 의붓어머니와 친부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생일 선물로 꽃바구니를 사 온 아들을 쇠자로 때리고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한 이들의 행태는 말 그대로 인면수심이었습니다.
김화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살 터울의 한 초등학생 형제.
이들이 의붓어머니로부터 모진 학대를 당하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였습니다.
'먹을 자격이 없다'며 밥을 굶기고, 술에 취해 때리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당시 11살이었던 첫째 아들이 생일 선물로 꽃 바구니를 건네자, 의붓어머니는 '어린 아이가 돈을 함부로 쓴다'며 쇠자로 손바닥을 수차례 때렸습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성탄절 전날엔 오히려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1년여 동안 23차례에 걸쳐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당했습니다.
아버지 역시 이를 말리기는커녕 학대를 모른 척했습니다.
결국 친척과 학교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고, 오늘 1심 법원은 의붓어머니에게 징역 4년을, 아버지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부모의 절대적 사랑을 받아야 할 어린 나이의 형제가 오히려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이 같이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선고 도중 이들의 학대 행각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자기 자식에게 이럴 수 있느냐"면서 "너무 화가 나 기록을 읽을 수가 없었다"며 이들을 꾸짖기도 했습니다.
초등생 형제는 아버지의 용서를 구한다는 편지를 재판부에 냈지만, 친척의 종용일 가능성이 크고 진지한 반성도 없어 보인다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부모에 대해서 관대하게 봐왔던 법원이 이 정도의 형을 내린 것은 그래도 그나마 법원 자체가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거죠."]
현재 초등생 형제를 돌보고 있는 할머니는 수사 이후에도 손자들을 보듬어 준 검사와 수사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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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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