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지역 의료…“병원 유지도 어려워”
[KBS 청주] [앵커]
최근, 보은과 충주에서 상급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잇따라 숨진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의료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병세가 나빠지거나 숨지는 일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지역 의료계에서도 이런 현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자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달, 보은에서 웅덩이에 빠졌던 생후 33개월 아이가 숨졌습니다.
119 구조대는 신고 10분 만에 도착해 2.5km 떨어진 지역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하지만 응급 처치 뒤, 상급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응급실 의사가 119 상황실과 통화한 녹취록을 확보해 살펴봤습니다.
"지역의 조그마한 병원에서 셀프브레스, 즉 자발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상태까지 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 하지만 "최대한 장비가 갖춰진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청주, 대전 등 상급병원 9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했습니다.
충북 전체 11개 시·군 가운데 청주, 증평, 제천 3곳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시·군 모두 응급 의료 취약지로 분류돼있습니다.
권역 응급의료센터로는 1시간, 지역 응급의료센터로는 30분 안에 이동하지 못하는 인구가 30% 이상인 지역입니다.
[김형성/보은한양병원 총괄본부장/지난달 31일 : "1차 응급을 수행하는 기관들을 (인력과 장비를) 충분히 지원해서…. 그랬으면 이런 아이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특수의료장비들을 활용해서 좀 더 연명도 해보고 치료도 해볼 수 있는…."]
도농 의료 불균형의 피해 속에 보은 등 전국 의료취약지역 20여 곳의 병원 관계자들이 모였습니다.
지역 최일선에서 1차 응급의료를 담당하고 있지만, 적자가 심해 존립 자체가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특히 MRI나 CT 같은 특수의료장비나 응급실 설치 기준이 상급 종합병원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농촌 병원에서 응급 치료한 뒤 대도시 종합병원으로 보내야 해 적자가 심해지는 악순환 상태라는 것입니다.
[박준균/전남 곡성사랑병원 원장 : "아무리 해도 의료 수가라든가 이런 것들이 보전이 안 되고…. 경영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취약지 병원을 공공의료 수행기관으로 지정하고 특수 의료장비를 지원해 일정 수익을 보전하도록 하는 준공영제가 필요하다고도 말합니다.
[전이양/전국취약지병원장협회 부회장 : "준공영제라는 제도가 있어서, 운영을 하는데 부족하면 분야별로 정부와 군 지자체가 거기에 대한 재정을 보완해주는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계속되는 인명 피해와 필수의료 붕괴 위기 속에, 농촌 공공의료 지원 확대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자현입니다.
촬영기자:정종배·김현기·박용호/영상편집:오진석/그래픽:오은지
이자현 기자 (intere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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