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는 10평 원룸 살아라?… 공공주택특별법에 뿔난 2030

윤솔 2024. 4. 1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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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정안 전용면적 제한 논란
세대원 1명일 땐 35㎡ 이하 규정
사실상 원룸형 주택만 지원 가능
“청약에서도 유리한 점 없는데…
혼자 사는 사람 증가 현실 외면”
1인가구 많은 청년층 반응 싸늘
“세대원 수 따른 면적 규정 철회”
국민청원에 2만3900여명 동참
“1인 가구면 원룸이 적당하다는 건가요?”(30대 직장인 A씨)

최근 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에 세대별 전용면적 제한 조항을 적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인 가구의 경우 공공주택 전용면적을 ‘35㎡ 이하’(10.5평)로 제한했는데, 이는 사실상 원룸형 주택만 가능한 규모다. 국내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일 정도로 그 비중이 커가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국회 ‘국민동원청원’에 올라온 ‘임대주택 면적 제한 폐지에 관한 청원’에는 18일 오후 2시30분까지 2만3900여명이 참여했다. 청원을 올린 노모씨는 “영구, 국민, 행복주택에 대해 세대원 수에 따라 공급할 수 있는 적정 면적 규정에 대한 철회를 요구한다”면서 “세대원 수별 규정된 면적이 너무 좁게 산정돼 있다. 면적 제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면적이 너무 작은 것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청원이 공개되고 한 달 안에 5만명이 동의하면 국회가 해당 사안을 논의한다.
정부가 저출산 극복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과 관련해 '세대원 수 별 공급 면적 기준'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캡처
문제가 제기된 법률은 정부가 지난달 25일 공포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이다. 청년층의 주거안정과 저출산 대책을 위해 마련한 개정안은 영구·국민 임대주택과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해 세대원 수에 따른 전용면적에 제한을 두는 내용이 담겼다. △세대원 1명은 전용 면적 35㎡ 이하 △세대원 2명은 전용 25㎡ 초과 44㎡ 이하 △세대원 3명은 전용 35㎡ 초과 50㎡ 이하 △세대원 4명은 전용 44㎡ 초과이다.

1인 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년층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용면적 35㎡은 10.5평인데, 화장실과 주방 공간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원룸형 주택으로 청약 가능한 주택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4.0세, 여성은 31.5세이다. 나홀로 사는 1인 가구가 많고,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공주택 전용면적 제한은 맞지 않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33.6%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용산구 청년안심주택 39형(39㎡) 주택에 응모했다는 직장인 이모(27)씨는 “19형도 있었지만 공간 분리가 불가능하고 짐을 넣기에는 너무 좁아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다”며 “크고 작은 평수에 따른 선호도는 각자의 주머니 상황에 따라 다를 텐데, 1인 가구라고 모두 똑같은 19형에만 지원해야 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이 주택은 39형과 19형으로 분양됐다.

39형 주택에 응모한 직장인 윤모(28)씨도 “나를 포함해 주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인 가구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투룸 아니면 복층에 거주하려고 한다”며 “1인 가구에게 10평 원룸이 얼마나 매력적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장모씨는 “35㎡ 제한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임대 아파트 중 33형이 드물어 사실상 26형에 들어가 살라는 뜻”이라며 “대구에는 국민임대 중 36형 미만 방이 없는 곳이 많아 1인가구는 경쟁률이 더 높아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10년째 홀로 자취하고 있다는 직장인 공모(33)씨는 “예전에는 결혼 전에 잠깐 자취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취업한 뒤에도 ‘자취생’ 신분이 계속되지 않냐”며 “1인 가구는 청약에서도 유리한 점이 없는데 평생 원룸에 살아야 하는 것인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자녀 계획이 있는 가구의 경우 소형 평수에 대한 선호도가 극히 낮다. 개정안대로 전용면적을 제한할 경우 저출산 대책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원을 제기한 노씨는 “1인 가구도 여유가 있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생각을 할 텐데 임대주택에 살려면 원룸에 들어가야 한다고 면적 제한을 한다”고 비판했다.

청년주거단체 민달팽이유니온 서동규 사무처장은 “한국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아직도 해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고, 최근 청년 매입 임대주택 경쟁률 만 봐도 (수도권에서 61:1을 기록할 정도로) 주거 경쟁이 치열하다”며 정부의 1인 가구를 위한 주거정책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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