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4.40' SSG 더거의 대반전…'팀 타율 1위' KIA 타선 묶었다

5이닝 3K 1실점…구석구석 파고 드는 제구력 돋보여
"야구는 실패의 스포츠…멘탈 회복하고 공격적으로"

(인천=뉴스1) 권혁준 기자 = "더거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18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만난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이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외국인 투수 로버트 더거(29)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두 KIA를 만나는 상황이었는데, 이 감독은 선수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주려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차례 등판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이 14.40에 달했던 더거는 반전의 호투를 선보이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SSG는 1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와의 경기에서 7-5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주중 3연전에서 2승1패의 우위를 점했다.

이날 SSG의 선발은 더거였다. 그는 시즌 전 총액 75만달러에 계약하며 로에니스 엘리아스에 이은 2선발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날 경기 전까지는 실망만 안겼다.

특히 직전 2번의 등판은 '최악'이었다. 지난 6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선 3이닝동안 12피안타 7사사구를 내준 끝에 14실점(13자책) 했고, 12일 KT 위즈전에선 1이닝 4실점 후 조기 강판했다.

SSG가 빠르게 대체 외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부진이었다.

그래도 이숭용 감독은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이 감독은 경기 전 "본인이 방법을 바꿔보고 있다. 던지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던져보게 할 것"이라며 "더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시작된 KIA전. 이날 경기 전까지 팀 타율 1위에 빛나는 KIA를 더거가 쉽게 당해내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반전의 역투가 나왔다. 더거는 이날 5이닝동안 81구를 던지면서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KIA 타선을 꽁꽁 묶었다.

4회 실점했지만 무너지지 않았고, 5회에도 선두타자 한준수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후속 타자들을 잘 처리했다.

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적절히 배합했다. '칼날 제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존 구석구석을 예리하게 찔러 정타를 최소화했다.

5-1로 앞서던 경기가 불펜의 부진으로 5-5 동점이 되면서 더거의 승리는 날아갔다. 그래도 와르르 무너지기만 하던 더거의 호투는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경기 후 만난 더거는 "피칭이 만족스럽고, 팀이 승리했기 때문에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것은 괜찮다"고 했다.

그는 "KIA는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타자들이 많아 초구부터 변화구를 던져 카운트를 잡고 들어가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구종 상관없이 최대한 스트라이크 존에 넣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지난 2번의 등판에 대해선 "야구하면서 가장 안 좋았던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야구는 실패의 스포츠라는 생각으로 멘탈을 극복했다"면서 "완벽하게 던지지 말고 공격적으로 하라는 조언을 받았는데 도움이 됐다. 나 역시 SSG가 나를 왜 데려왔는지 생각하면서 회복하려 했다"고 했다.

그는 "오늘 경기를 계기로 확실히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