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이 놓친 구름 풍경 사이 태양… ‘빛과 어둠’으로 담다

김신성 2024. 4. 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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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을 가졌다.

사진작가 최영진은 하늘로 시선을 옮겨 도시인이 놓치고 있는 구름 풍경을 응시한다.

해와 구름이 그 대상이므로, 아름다움을 포착한다면 컬러 필름이나 디지털 사진이 나을 법하다.

해를 응시하는 사이에 시시각각 그 모양을 바꾸는 해구름은 일반 구름사진과는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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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최영진 개인전 ‘The Sun’
시골·바다·산 등 장소 관계없이 촬영
도심 속에서도 습관처럼 해·구름 포착
해, 아름다움 아닌 사색과 사유의 대상
디지털·컬러 쓰지 않고 흑백필름 사용
장노출 통한 응시로 색다른 사진 탄생
일련의 태양 찍은 미공개 작품들 전시

흑백사진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을 가졌다. 컬러의 시각적 자극을 걷어냄으로써 빛과 어둠이 지어내는 심오한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 수묵화에서 추구하는 유현(幽玄·이치나 정취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그윽하며 미묘함)의 경계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흑백은 빛과 어둠을 상징한다. 빛과 어둠은 창조신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세상이 열리는 날, 그곳엔 빛이 있었고, 그 빛은 어둠에 의해 존재를 드러냈다.

‘The sun 200003_01’
사진작가 최영진은 하늘로 시선을 옮겨 도시인이 놓치고 있는 구름 풍경을 응시한다. 구름에 가리는 해를 바라보면서 셔터를 누른다. 하늘이 열린 곳이면 그게 도시던 시골이든 바다든 산이든 개의치 않는다. 특정한 날을 잡아 놓고 촬영하는 게 아니다. 그에게 촬영은 일상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하늘을 촬영하는 게 낯설어 보이지만 습관처럼 해와 구름을 포착한다. 집 작은 마당이나 골목 조그만 창가에서도 해와 달이 보이면 카메라를 잡는다. 그렇게 30여 년 시간이 쌓였다.

그는 해를 촬영하는데, 기어이 흑백필름을 쓴다. 해와 구름이 그 대상이므로, 아름다움을 포착한다면 컬러 필름이나 디지털 사진이 나을 법하다. 그러나 그에게 해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사색’, ‘사유’다. ‘철학’인 것이다. 흑백이라고 해서 아름다움을 구현해내지 못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그가 애초부터 아름다움을 겨냥해 찍지 않았다는 뜻이다.

‘The sun 200308_02’
결과물은 구름사진이지만 사실 초점의 대상은 해다.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건 눈부심을 극복해야 하는 일인데 사실 이는 퍽이나 무모하다. 실제로 한쪽 눈에 백내장이 왔을 만큼 많은 시간 해를 쳐다봤다. 초점을 잡으려면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장시간 노출을 통한 해 바라보기는 색다른 사진을 보장한다. 프레임 중앙에 해가 자리하는 구도가 이를 말해준다.

해를 응시하는 사이에 시시각각 그 모양을 바꾸는 해구름은 일반 구름사진과는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해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붙잡아낸 이미지는 확실히 다르다. 때로는 지독한 역광으로 인한 플레어를 동반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선 작품에 플레어를 적극 이용하기도 한다.

‘The sun 200208_13’
최영진의 22회 개인전이 27일까지 서울 마포구 합정동 리서울갤러리에서 열린다. 그는 새만금, 해변, 서울 변두리, 경동시장 등 풍경을 담아 그 이면을 고찰하는 사진과 해, 꽃, 새, 돌 등을 포착해 명상으로 이어지는 작업을 해온 중견 작가다. 국내에서도 활발히 활동하지만 영국 유명 갤러리 소속 작가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The Sun’(더 선·해)이란 주제를 내세운 이번 전시회에서는 일련의 해를 찍은 사진들로, 작가가 한 번도 발표하지 않은 미공개 작품들을 공개한다. 촬영과 인화 과정에서 난도 높은 작업을 극복한 작가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 특유의 깊이와 사색의 세계를 폭넓게 드러내 보인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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