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 막는 ‘윤의 불통’…‘김건희 라인’ 비선 논란만 키웠다
인사 지체에 대통령실 내 알력 다툼 여과 없이 노출
‘박영선 기용설’에 ‘김건희 라인 개입’ 비선 논란까지
‘돌고 돌아 장제원’ 가능성에 민주 “정신 못 차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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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공식일정을 최소화한 채,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자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후임자 등 인선을 두고 고심을 이어갔다. 4·10 총선 여당 패배 이후 일주일 넘도록 인적 쇄신의 첫 단추가 공개되지 않는 사이, 대통령실에서는 이번 인사의 큰 개념이나 방향성 없이 중구난방식 하마평이 쏟아져 나오는 등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야당에선 비선 논란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19일, 늦어도 다음주가 시작되는 22일 전까지 대통령실 비서실장부터 임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8일 한겨레에 “당사자가 있어 인선 시기를 못박는 건 조심스럽지만, 인선은 이번주가 지나지 않게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리 후보자는 새 비서실장과 논의를 거친 뒤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인선의 방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권 심판’으로 확인된 총선 결과에 따라 진행하는 인적 교체인 만큼, 새 비서실장과 총리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하지만 그간 나온 후보군은 말 그대로 ‘우왕좌왕’이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일괄 사퇴 직후부터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차기 비서실장으로 거론돼왔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당선자일 때 비서실장을 지낸 ‘원조 윤핵관’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정진석 의원 등 다른 친윤계 인사들도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됐다. 총리 후보자 역시, 윤 대통령과 가까운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권영세·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꼽혔다.
그러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기용설이 튀어나왔다. 대통령실이 부인했지만 여당마저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라고 반발하는 등 정치권은 요동쳤다. 주말께 일본을 들러 귀국하는 박 전 장관은 18일 페이스북에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너무도 중요한 시기여서 협치가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두 도시 이야기처럼 보여지고 있다”고 적었다. 박 전 장관 쪽은 한겨레에 “협치가 중요하지만 총리로 가진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다시 무게추는 장 의원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스펙트럼을 넓혀서 찾다가 보수 쪽에서 반발이 나오니 장 의원 정도면 괜찮다는 주장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렇게 새 인물이 친윤에서 친문으로, 다시 친윤까지 양극단을 오가는 상황은 대통령실의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인사가 지체되면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난맥상과 내부 알력 다툼 양상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석급 참모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해 공식 라인 입김이 약해지면서, 주로 일부 참모들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언론에 흘리면, 해당 보도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정반대 메시지가 나오는 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전 정부 인사나 장제원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가까운 사람 등으로 복잡하게 섞여 있다 보니 서로 중구난방 메시지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의 경우, 비서실장과 정무·홍보수석 등이 제외된 사이 다른 참모들이 윤 대통령 의중이 담긴 인선안을 언론에 노출해 파장을 키웠다. 야당에선 김건희 여사의 ‘비선 개입’을 주장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자도 “(박영선 총리 등을 검토한 건) 김건희 여사 라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얘기들이 인사 라인이 아닌 홍보기획 라인에서 나온다는 설이 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4시간가량 비공개 만찬을 하면서 장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김한길 위원장을 총리 후보자로 추천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홍 시장은 “대안이 없다. 비서실장은 장제원밖에 없다. 총리는 야심이 없고, 민주당과 소통되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김한길 위원장은 이른바 ‘레버넌트’, 살아 돌아온 자여서 민주당에서 비토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돌고 돌아 윤핵관’을 선택한다면, 윤 대통령의 총선 이후 쇄신책은 사실상 전무한 셈이 된다. 최근 윤 대통령과 만난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은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야당 비판에 개의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도 국정 기조 불변 방침을 못박은 바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하다. 민심의 무서움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면 꿈에서라도 생각할 수 없는 선택지가 장(제원) 실장 카드”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0%포인트 넘게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4명을 휴대전화 면접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2주 전보다 11%포인트 떨어진 27%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9%포인트 오른 64%였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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