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달멍하실래요?”…달항아리 매력 속으로

이수진 2024. 4.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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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달멍'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희고 둥근 달항아리를 보며 생각을 비워내는 모습을 빗대 부르는 말인데요.

요즘 미술관에는 달항아리가 가진 소박하고 단순한 매력에 빠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회색빛 전시 공간에 희고 둥근 달들이 내려앉았습니다.

넉넉하고 둥그스름한 자태, 무늬 하나 없는 말간 외양, 밤 하늘에 뜬 둥근 보름달을 닮았다 해서 이름도 달항아리입니다.

가마에서 구워지며 묘하게 어긋난 좌우 대칭, 큰 사발 두 개를 붙여 만들며 생긴 이음선마저도 푸근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최혜정/관람객 : "보면서 복을 받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깨끗하고 청아한 느낌이 우리나라 정서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한국 현대도예의 거장, 이수종 작가의 도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반세기 넘게 물레를 돌린 그도 달항아리를 빚는 데 적지 않은 인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윤성진/전시기획자 : "(이수종 작가가)이 달항아리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보낼 때까지 10년 이상 작업실에서만 빚어 보셨거든요. 이 선생님이 40년 차가 넘어갈 때 달항아리를 시도했는데도 10년이 더 걸릴 만큼 어려운…."]

둥근 어깨와 아늑한 품, 흙이 가진 빛과 질감을 품은 달항아리.

가마 속 불이 돌고 돈 자리에 각양각색의 무늬가 피어나고 불의 힘을 이기지 못해 패이고 이지러지기도 하면서 날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스몄습니다.

옹기 달항아리는 순백의 달항아리와 다른 질박한 매력이 있습니다.

[안시성/전북무형문화재 제53호 부거리 옹기장 : "옹기를 한번 작품으로 달항아리를 만들어 보면서,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장작 가마에서 구워서 자연스러운 색이나 그런 형태를 지금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백 년을 훌쩍 넘긴 옹기가마와 공방을 지키며 전통방식으로 옹기를 빚어온 안시성 옹기장.

옹기에 대한 예술적 해석을 가미한 달항아리 외에도 현대적 감성과 쓸모를 더한 다양한 생활 옹기 50여 점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옹기에 담는 것이 음식이든 꽃이든, 혹은 우주라 하더라도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주는 옹기, 관람객들은 넉넉하고 따뜻한 옹기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이미선/관람객 : "(옹기는) 투박하고 색도, 거의 황토색이라 생각했는데 그것과 전혀 다르게 굉장히 세련되고, 예쁘고, 느낌 있고요. '아, 이것도 이렇게 작품이 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봤어요."]

사람이 짓지만 흙과 물, 불의 힘을 빌려 비로소 완성되는 달항아리.

포근함 속에 웅장함이, 유순해 보이지만 강직한 힘이 어우러지는 각양각색의 달항아리를 보며, '달멍'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촬영:VJ 이현권/종합편집:최승리/문자그래픽:전현정/화면제공:갤러리 소안

이수진 기자 (elpis10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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