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껌딱지’ 한화 문동주 “저리 가라고 할 때까지 따라다닐래요”
“선배님이 알려준 그립으로 던져”
지난해 문동주(21·사진)는 프로야구 한화의 ‘토종 에이스’였다. 부진과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은 김민우의 역할을 스무 살 어린 투수가 대신했다. KBO리그 국내 투수 최초로 시속 160㎞ 벽을 뚫은 그는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거침없이 전진했다. 문동주는 2023시즌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8패 평균자책 3.72의 성적으로 ‘신인왕’에 올랐다.
신인 자격이 있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빛난 선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 팀의 국내 에이스 역할을 맡기엔 조금 일렀다.
류현진이 가세한 올해는 다르다. 이번 시즌 명실상부한 한화 에이스는 류현진이다. 덕분에 문동주가 짊어진 책임감의 무게도 한결 가벼워졌다. 앞으로 더 큰 성장을 이뤄야 할 문동주가 의지하고, 조언을 구할 존재가 생겼다.
문동주는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3.1이닝 6안타(1홈런) 3사사구 2삼진 6실점으로 크게 휘청였다. 잠시 주춤한 문동주는 16일 창원 NC전에서 올해 가장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직구 최고 구속도 158㎞를 찍었고, 무엇보다 그간 잘 던지지 않던 체인지업 구사율이 높아졌다. 앞서 두산전에서 단 1개의 체인지업을 던졌던 문동주는 NC전에선 14개를 사용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5.1이닝 3실점(1자책)으로 결과도 준수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어느 때보다 구위가 좋았다”고 칭찬했다.
문동주가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던질 수 있는 배경에는 류현진이 있다. 17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문동주는 “몇주 전에 (류)현진 선배님께 공을 들고 찾아가 체인지업에 관해 물어봤고, 그립 등 투구 방식에 변화를 줬다”며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체인지업을 던질 줄 아는 투수라는 인식을 심어줬기에 긍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줬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문동주는 “현진 선배님이 알려주신 그립과 비슷하게 잡고 던진 것 같다”면서도 “도움을 받은 입장이라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영업비밀’을 지켰다.
올해 문동주는 훈련할 때도,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볼 때도 늘 류현진과 꼭 붙어 있다. 류현진이 귀찮아하지 않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문동주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저리 가’라고 할 때까지 열심히 따라다니겠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따라다녔고, 내일도 열심히 따라다니겠습니다.”
창원 | 글·사진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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