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도 불기소 바꾼다?…수사할 때 더 강한 '전관'
【 앵커멘트 】 어제 보도해 드린 법조계의 전관예우 시리즈, 오늘도 이어가겠습니다. 전관의 힘은 어디에서 가장 잘 발휘될까요. 진행 상황이 사실상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재판보다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영향력이 더욱 크다고 합니다. 박은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성오봉 씨는 수천 억 원에 이르는 다단계 사기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성 씨는 투자금 2억 원을 전부 잃었지만, 당시 다단계 조직 핵심 피의자들에게는 형량이 더 센 사기가 빠지고 불법 다단계 혐의만 적용된 것을 전관의 힘으로 아직도 확신합니다.
▶ 인터뷰 : 성오봉 / 다단계 사기 사건 피해자 - "몇 천억씩 사기를 쳤어도 약식 기소해서 그 조직이 빠지면서 사기죄가 없어져 버린 거예요. (피의자 변호를) 검사 판사 출신이 다 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전관의 영향력은 재판보다는 수사 단계에서 더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 스탠딩 : 박은채 / 기자 - "재판은 모두에게 공개가 되기 때문에 전관 효과를 내기 힘들지만, 수사는 비공개가 원칙이어서 전관이 영향을 미치고 있더라도 외부에선 눈치 챌 방법이 없습니다."
전관을 쓰면 기소도 불기소로 바꿔준다는 말까지 도는데, 자기가 맡던 사건을 변호사로 개업하자마자 수임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집니다.
MBN이 최근 변호사 징계 사례 63건을 살펴봤는데, 현직에 있을 때 또는 동료가 수사한 사건을 수임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변호사가 2명이나 됐습니다.
▶ 인터뷰 : 안천식 / 변호사 (전관예우 보고서 저자) - "불공정한 수사, 불공정한 재판 이런 부분에 대한 수요가 있고 공급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두 번째는 그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 돼요. 견제할 마땅한 장치가 없어요."
수억 원대의 수임료를 받은 검경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이 최근 수사무마 청탁 의혹의 피고인이 된 현실은 우리 법조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은채입니다.
[ icecream@mbn.co.kr ]
영상취재 : 한영광 기자·신성호 VJ 영상편집 : 오혜진 그래픽 : 이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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