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계 워런 버핏’ 징역 25년형...권도형은 어디서 얼마나 받을까?

조성호 기자 2024. 4. 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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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Weekly Biz 5Q] 권씨, 美 인도될 가능성...블룸버그 “최고 형량 예상 110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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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를 운영하며 고객 자금 수십억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샘 뱅크먼-프리드(32)의 1심 재판 결과가 지난달 나왔다. 징역 25년 실형 선고, 110억2000만달러(약 15조원) 재산 몰수 명령이 내려졌다. 한때 ‘가상화폐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렸던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이 같은 판결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수조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산업을 뒤흔들고 탐욕과 오만에 경종을 울린 특별한 이야기에 마침표가 찍혔다”고 전했다.

이제 관심은 다른 가상화폐 관련 피고인들의 재판 결과로 쏠린다. 특히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3)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재판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뱅크먼-프리드의 선고 결과는 나왔고, 권씨 등 다른 가상화폐 관련 피고인들의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다섯 가지 질문을 통해 분석했다.

그래픽=김의균

◇Q1. 뱅크먼-프리드, 겨우 25년?

당초 FTX 사건을 수사한 맨해튼 연방지검은 뱅크먼-프리드에게 징역 40~50년형을 구형했다. 그가 FTX에서 2019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투자자 자금 수십억달러를 빼돌려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부채를 갚고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게 주요 혐의 내용이었다. 실제 FTX는 이런 부실·방만 경영으로 2022년 11월 대규모 인출 사태를 맞았고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미국은 혐의별로 신고된 형을 단순 합산한다. 이에 뱅크먼-프리드의 최고 형량은 110년이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앞서 40~50년형을 구형한 검찰 입장에서도 이번 ‘25년 실형’ 판결은 못마땅했을 수 있다. 그러나 NYT는 “(이번 판결은) 최근 몇 년간 화이트칼라 피고인에게 부과된 형량 중 가장 긴 형량 중 하나”라고 전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폰지 사기를 조직한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내린 150년형에 비하면 짧지만 선고 당시(2009년) 70대 고령이었던 메이도프는 선고 후 12년 만에 사망했다. 혈액 검사 스타트업인 테라노스의 투자자를 속인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엘리자베스 홈스는 2022년에 11년 3개월형만 선고받았다.

◇Q2. 권도형 대표는 어디로 보내질까.

뱅크먼-프리드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관심은 권씨에게 쏠린다. 블룸버그도 FTX의 사례가 영향을 미칠 가상화폐 관련 피고인들을 언급하면서 권씨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권씨는 자신이 만든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의 가격을 띄우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과장·거짓된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국내 피해자만 2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권씨는 현재 몬테네그로의 외국인 수용소에 수감돼있다. ‘테라·루나’ 사태가 불거지자 2022년 4월부터 해외 도피를 시작한 권씨는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을 거쳐 몬테네그로에 들렀다가 현지에서 위조 여권이 발각돼 붙잡혔다. 현지에서 권씨의 범죄인 인도까지는 결정됐지만 문제는 그가 어디로 향하느냐는 것이다. 한국 검찰은 2022년 9월부터 권씨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받아뒀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듬해 2월 권씨를 사기 혐의로 제소했다.

현재는 미국이 권씨 신병을 확보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몬테네그로의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권씨를 인도할 국가와 관련,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 정책 파트너”라고 말한 바 있다.

◇Q3. 미국으로 가면 몇 년형 받을까.

권씨가 미국으로 인도되면 그는 미국에서 민사와 형사 두 종류의 재판을 모두 받아야 한다. 미국 법원은 이미 권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 미 SEC 고발 관련 민사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권씨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SEC는 권씨가 2022년 투자자를 속였다며 권씨에 대한 민사 고발을 진행했는데, 배심원단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권씨가 참석하지 않은 채 열린 해당 재판은 권씨 측 변호인단의 최후 변론만 들은 채 진행됐다. SEC측 변호사 로라 미한은 “플랫폼의 성공 이야기가 거짓말 위에 세워졌다”며 “큰 스윙을 한 것이 빗나갔는데 빗나갔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기”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형사소송이다. 권씨는 상품 사기, 금융 사기, 시세 조작, 증권 사기 등 8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권씨가 받고 있는 혐의의 최고 형량을 모두 합치면 110년형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최고 형량 예상치가 뱅크먼-프리드와 유사한 수준이란 얘기다.

◇Q4. 한국에서 처벌이 가능한가.

권씨 입장에선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 대신, 한국으로 오고 싶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그간 경제 사범에게 선고된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기 때문이다. 몬테네그로 현지 보도에 따르면, 권씨 변호인도 한국행을 주장한다고 전해졌다.

다만 한국에선 권씨를 실제 처벌할 수 있을지, 제대로 된 처벌이 가능할지 불분명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씨에게 적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유죄가 내려질 수 있을지 법조계 내에서도 갑론을박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권씨 공범 격이라고 의심 받는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를 기소할 때 가상화폐를 일종의 ‘증권’이라고 보고 자본시장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법원이 가상화폐를 증권이라고 보지 않으면 해당 혐의에 아예 무죄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검찰이 쓸 수 있는 카드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으로 권씨를 기소하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의 최고 형량이 50년인 반면, 사기는 이론적으론 무기징역까지도 받아낼 수 있다. 다만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투자자를 속일 의도(기망)가 있었는지를 검찰이 증명하는 게 핵심이다. 김시목 율촌 변호사는 “테라·루나는 스테이블(stable·안정적인) 코인이란 명목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이긴 했지만, 안정성이 어떻게 유지될지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이 무엇을 기망당했는지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Q5. 다른 가상화폐 피고인들은.

권씨 외에 가상화폐 대출 업체 셀시어스의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알렉스 마신스키의 재판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마신스키는 현재 증권 사기, 상품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시세 조작 등 혐의를 받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마신스키도 SEC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세 기관에서 민사소송을 당한 상태다. 마신스키는 셀시어스가 투자자들에게 17%의 높은 이자를 지급하면서도 은행처럼 안전하다고 홍보한 혐의 등을 받는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은 지난해 11월 돈세탁, 은행보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2020년쯤부터 바이낸스의 돈세탁과 금융 제재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미 당국 조사를 받아왔으며 유죄 인정 후 벌금으로 43억달러 상당을 내고 바이낸스 CEO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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