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빛내리 "의대·사법고시 고민했지만 연구가 좋았다" 허준이 "현실적 어려움이 연구자 길 막아선 안돼"

이준기 2024. 4. 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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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서 '내적동기' 강조
안정적 연구활동 지원 '급선무'.."다양한 진로기회 필요"
김빛내리 서울대 석좌교수가 18일 서울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좌교수가 18일 서울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이창윤 과기정통부 차관(왼쪽)이 18일 서울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대학 입학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의대를 가야 하나 생각한 적이 있다. 출산, 육아 등을 거치면서는 연구자를 그만두고 사법시험을 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연구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너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이 연구였기 때문이다."(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딛고 수학자의 길을 선택한 것은 새로운 발견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즐거움이 주는 내적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다."(허준이 고등과학원 교수)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에서 개최한 '이공계 활성화 대책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고등과학원 교수와 한국인 첫 영국왕립학회원인 김빛내리 서울대 석좌교수(IBS 연구단장)는 공통적으로 '연구에 대한 내적 동기'에 대해 말했다.

이날 회의는 과기정통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구성한 TF가 학령인구 감소와 우수 인재의 이공계 기피 심화 등에 따른 현장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교수는 "어릴 적부터 배우는 게 즐거웠고, 배우는 일을 평생 하고 싶었다. 배우는 즐거움을 평생 느끼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연구자가 되기로 일찌감치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 입학 후 불안과 걱정, 결혼 후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경험한 어려움에도 연구하는 일이 너무 좋았다. 진짜 그만두려고 생각했을 때도 실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연구에 대한 내적 동기'가 마음 속에 짙게 깔려 있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연구자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지만,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고충이 크다고 했다. 그는 "연구비가 깎여 연구원을 내보내지 않고 올해를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인턴 지원자들에게 거절 메일을 써야 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고 마음을 무겁게 한다"며 "10월에는 재료비가 떨어지는 데 어떤 연구부터 중단해야 하나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굉장한 비상 상황이고 대책이 필요하다. 이게 계속 가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여러분의 진로 선택에 이런 것이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며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상황이 정부의 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회복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성과 측면에서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보다 연구자가 과제를 정하는 바텀업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연구자들은 톱다운보다 바텀업을 했을 때 효과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위기는 기회인 만큼 연구자 주도의 다년제 사업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생을 위한 주거장학금과 전문연구요원 제도 확대, 유외국인 유학생 영입을 위한 원스톱 행정지원 서비스 등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허준이 교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멋지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아 연구를 좋아하게 됐다"며 "다만 현실적인 이유로 선택하지 못하는 진로가 되거나, 현실적 이유로만 선택하는 직업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연구자로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내적 동기를 방해하지 않는 환경을 어른들이 잘 만들어 줘야 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이 구축돼 자연스러운 연구동기를 스스로 잘 찾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의대를 다니다 화학이 좋아서 입시를 다시 봐 KAIST 화학과에 입학한 김성원씨는 이날 "의대를 1순위로 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불안이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동아리와 진로 활동을 강화해 이공계에 진학하면 이런 것을 공부할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시스템공학과에 재학 중인 조보경씨는 "경험의 확대와 안정적인 재정적 지원 등을 통해 다양한 연구분야를 경험하면서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동우 박사는 "학부 때부터 연구기회를 줘서 대학원 진학과 취업 준비 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고, 이공계 대학원생 간 다양한 학술적 연계를 위한 대학원생 네트워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차관은 "오늘 건의된 사항을 TF가 준비하는 대책에 포함시켜 청년이 과학기술인의 꿈을 계속 이어가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청년 과학기술인의 성장을 위한 소중한 제언들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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