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다주 1인多역, 이견 없어" '동조자' 박찬욱, 드라마로도 세계 사로잡나[종합] 

유은비 기자 2024. 4. 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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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조자 박찬욱 감독. ⓒ유은비 기자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 로다주를 등에 업은 글로벌 프로젝트 '동조자'로 돌아왔다.

18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동조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동조자(The Sympathizer)’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후 선보이는 첫 번째 작품이자, BBC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글로벌 시리즈다.

박찬욱 감독은 "시리즈에서 영화가 다룰 수 없는 매력은 많은 인물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 하나하나를 없애지 않고 그들을 다 등장시키고 그들 하나하나의 매력과 개성을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시리즈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동조자'에서 1인 4역을 소화하며 파격적인 외모 변신을 거행했다. 박찬욱 감독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한국에서 로다주로 불리는 거 알고 있다. 자기가 먼저 얘기하더라"라며 로다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찬욱 감독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일인다역을 맡긴 이유에 대해 "원작 소설을 읽고 분석하고 어떻게 각색할 거냐를 논의할 때 떠올렸던 아이디어다. 교수, 문화, CIA, 하원의원이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을 보여주는 4개의 얼굴이지만, 결국은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그걸 분명히 하고 시청자가 단박에 알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답했다.

박 감독은 "교묘하게 대사를 쓰는 것보다 제일 효과적인 게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이 얘기 꺼내면 동료들이 미친 사람 취급할까봐 오래 고민하다가 화내지 말라하면서 얘기 꺼냈는데 다행히도 모두가 좋은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이 아이디어가 A24나 HBO에게 기획을 설득할 때 아주 좋게 작용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해당 역할에 로다주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일인다역을 해낼 수 있는 백인 남성 중년 배우가 누가 있을까 생각했다. 하나의 역할은 조연이지만 이 역을 다 합치면 등장 시간이 조연이 아닌 굉장히 중요한 역이다"라며 "누가할 건지 고민할 때 희한하게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렇게 훌륭한 배우가 많아도 다양한 역할을 구별되게 개성 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쉽게 찾기 어려운데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 동조자 로다주 스틸. 제공| 쿠팡플레이

박찬욱 감독은 별다른 기대 없이 러브콜을 보냈다며 "로다주는 TV시리즈를 한 적도 없고 워낙 슈퍼스타니까 큰 기대 없이 보냈다. 생략하면 후회할 수도 있으니 보내나보자 하고 보냈는데 금방 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서 신나게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베트남과 미국 문화를 다룬 '동조자' 시리즈를 연출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내가 베트남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니라서 거리감도 있을 수도 있다"라면서도 "시대나 나라에 대해 완전히 다 알지도 않고, 아예 모르지도 않는 사람이다. 아예 모르지도 않고 완전히 동일시해서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일을 벌이지 않을 수 있어서 내가 만들기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근현대사 공통점을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자격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어떤 소재를 취하는 데 있어서 꼭 그 집단에 속해야 자격이 있다고 생각은 안 한다"라면서 "결국은 얼마나 소재가 되는 지역, 사건, 역사를 진지하게 공부하느냐인데 원작 작가와 대화하면서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역사 속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담고 나름의 영화적 표현을 구사해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 동조자 스틸. 제공| 쿠팡플레이

박찬욱 감독은 글로벌 프로젝트라서 특별히 겪는 어려움은 없다며 "영화 만드는 사람들의 과정은 다 비슷하다. 배우들도 미국 베트남 한국 배우들은 다 비슷하다. 사용하는 용어도 비슷해서 오해 없이 소통할 수 있다. 물론 나는 통역이 필요한 사람이야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오래 함께한 사람이니까 통역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바로바로 의사소통한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점은 캐스팅 과정이었다며 "베트남 사람을 많이 캐스팅해야 하는데 어려웠다. 그래서 주로 교포, 2세들을 캐스팅했다. 캐스팅 디렉터가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베트남 계 배우부터 배우가 아닌 사람까지 영역을 넓혀서 베트남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몇천 명의 영상을 봤다. 캐스팅 된 사람 중에는 배우가 아닌 사람도 많고, 동네 극단에서 작은 역을 하거나 아예 다른 역을 가진 사람도 많다"라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장군 역을 한 사람은 디즈니 웹 디자이너였다. 연기는 처음 해보는 사람"이라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으며 이어 "소령 역을 맡은 사람도 베트남의 유명한 영화감독이다. 연기는 처음 해보는 사람인데 박찬욱은 영화 어떻게 찍나 한 번 보러왔다고 하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 감독은 "그 사람들을 찾아내고 믿는 게 어려운 과정"이라며 "다양한 장르를 연기해야 하는데 도망가면 어떻게 하나,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까지 해가면서 집중해서 예리하게 판단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믿는 것에도 큰 용기도 필요했다. 프로 배우는 한 마디해서 알아들을 것도 몇 번이고 얘기하고 기본적인 것도 가르쳐줘야 할 것도 많았다. 전혀 경험 없는 사람들과 만들었다는 것에 그만큼 보람도 크다"라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OTT 시리즈를 통해 동서양과 소재를 가리지 않은 여러 작품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에 대해 "'기생충', '오징어 게임', '삼체' 어떻게 보면 시대가 그런 작품의 성공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찬욱 감독은 "'삼체'에 거대한 자본이 투자될 수 있었던 것에는 시대의 영향이 분명하게 있다. 서양 사회, 특히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로 이뤄진 미국사회에서 그동안 특정 인종의 목소리만 들려왔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 늦었지만, 생기고 있고 소수 집단이 점점 힘을 가지게 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낼 통로를 찾고 있고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라고 솔직하게 생각을 밝혔다.

이어 "경제의 논리로 봐도 (이러한 작품이) 하나의 시장이 된 거고 그런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라며 "우리가 PC한 것에 대해 너무 따져서 피곤하다는 목소리도 있고, 예술 창작에서 항상 그런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모든 사람의 노력이 이런 기획을 가능하게 만들었구나 생각이 든다"라고 답했다.

'동조자'에 대해서도 "베트남 문화 고증을 철저하게 해야 한하고 대충하면 욕먹고 쇼가 망가진다는 것을 HBO가 나보다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거기에 쓰는 돈을 아끼려고 하지 않았다"라며 "1000만 달러짜리 쇼에 전혀 처음보는 베트남 배우들이 등장하고 대사의 절반 이상이 베트남어로 나와 자막으로 읽어야 하는 일이 어찌 보면 대단하고, 어찌 보면 너무 늦었다"라고 덧붙였다.

▲ 동조자 박찬욱 감독. ⓒ유은비 기자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1화~3화)과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4화), 마크 먼든 감독(5~7화)이 공동 연출했다. 박찬욱 감독은 "처음 해보는 일이다. 내가 다 하고 싶었지만, 7화를 모두 연출하는 건 체력이나 일의 진행 상황을 봐도 무리였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많은 관계자들의 지적과 요구와 변수가 등장해서 수정해야 하는 일이 생겼고 초기 부분을 찍는 동안에도 뒤를 계속 써야 했기 때문에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었다"라며 "좋은 감독을 모셔서 다행이고. 그래도 각본은 내가 쓰니까 전체의 일관성은 담보가 된다. 다른 감독들을 만나 한 줄 한 줄 의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라고 답했다.

끝으로 박찬욱 감독은 "요즘 시청자들은 기다렸다가 한 번에 보는 걸 좋아하는데 '동조자'는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엔딩에 신경을 썼다. 누군가는 이걸 싸구려 트릭이라고 할 수 있지만, TV에서만 할 수 있는 백미라고 생각한다"라며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우리도 전쟁을 겪었고 공감되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머가 많은 작품이다. 웃어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그때 웃으라고 만든 작품이니 즐겨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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