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금충당부채, 숫자 뒤 숨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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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정부에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발표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 간 재정건전성을 비교할 때도 대부분의 나라들이 일반정부부채(D2) 지표에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하지 않는다.
GFSM(정부재정통계편람)과 PSDS(공공부문부채작성지침) 같은 국제통계 기준에서도 연금충당부채는 부채로 인식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회계상 연금충당부채는 사용자인 정부가 관리해야 할 책무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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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정부에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발표했다. 국가결산은 1년 동안의 나라 살림살이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은 2011년 국가회계에 발생주의 회계기준을 도입하면서 민간기업과 같이 정부도 각종 재무제표를 작성해 국회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국가부채는 총 2439조원으로 이 중 절반가량인 1230조원이 공무원과 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에 해당한다.
충당부채란 미래 지출 시기나 지출금액이 불확실한 부채다. 미래에 예상되는 위험(부채)을 미리 대비(충당)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흔히 기업에서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재무적 위험관리 수단으로 활용한다. 국가결산서에 포함된 연금충당부채는 현재 연금수급자뿐만 아니라 아직 재직 중인 공무원(군인)에 대해 미래에 지급할 연금액을 모두 합쳐 현재가치로 추산한 금액이다. 당장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재무적 구속성을 지닌 '국가채무'와는 다른 개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국가결산이 발표되면 채무(debt)와 부채(liability)를 혼동해 연금충당부채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연금충당부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주의할 점이 있다. 우선 연금충당부채는 장기간의 예측을 통해 산정한 회계상 '추정금액'이라는 점이다. 즉 언제 얼마를 지출해야 하는지 확정된 금액이 아니라는 의미다. 더구나 현 제도를 유지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공무원의 기여금과 국가의 부담금 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지출액만 추산한 것이다. 그 금액도 향후 70여 년 사이에 발생할 것이라고 가정한 추계다. 둘째, 연금충당부채는 제도 변화에 따른 변동보다는 산정 기준 등의 보험 수리적 가정으로 인한 변동성이 크다.
연금충당부채를 비확정 부채로 인식해 국가 재무제표에 계상하는 이유는 정부의 포괄적 재정 상태를 확인하고, 미래 재정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일부 재정 전문가는 연금충당부채의 중요성이나 규모는 발생주의 회계를 통해 파악한 것보다 훨씬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재무제표를 통해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판단할 때 단순히 부채 규모가 얼마인지보다 해당 부채에 대응된 자산 등을 함께 고려해 상환능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 간 재정건전성을 비교할 때도 대부분의 나라들이 일반정부부채(D2) 지표에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하지 않는다. GFSM(정부재정통계편람)과 PSDS(공공부문부채작성지침) 같은 국제통계 기준에서도 연금충당부채는 부채로 인식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연금충당부채를 산정하는 국가는 2020년 기준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16개국이다. 나머지는 산정하지 않거나 정부회계상 참고 지표로만 사용하고 있다.
회계상 연금충당부채는 사용자인 정부가 관리해야 할 책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들이 과거 근무기간 쌓아 놓은 미래 노후자금이기도 하다. 따라서 연금충당부채를 단순한 부채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소중한 노후소득 보장 수단임을 정부가 인식하기 위한 정보로 활용해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로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해본다.
[백혜연 창원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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